증권사에 '종합 숙제' 내민 금감원 "성과체계 재설계·영업관행 개선하라"

금감원, 36개 증권사 대표와 긴급 현안 간담회

내년 '강도 높은 내부통제 검사' 예고

금융감독원.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금융감독원이 국내 증권사 대표이사(CEO)들을 한데 모아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현행 성과보수체계 재설계, 기업공개(IPO) 주관 영업관행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손실, 한국투자증권의 상장사 보유 지분 대량 매도 등 올해 나타난 증권사 금융사고와 영업관행을 직접 저격하며 내년 감사시 내부통제 적정성을 강도 높게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증권사와 긴급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서재완 부원장보를 비롯해 36개 국내 증권사 CEO가 참석했다. 금투협에서는 서유석 회장, 자율규제본부장, 증권‧선물본부장이 참여했다. 당초 간담회는 지난 3일 오전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계엄 사태로 하루 연기된 이날 진행됐다.

이날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 유동성 공급자(ETF LP) 부서 금융사고를 언급하며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ETF LP부서가 유동성 공급 목적의 헤지 거래 외에 투기 거래를 과거부터 지속해 거액의 손실이 누적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임직원들은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내부관리손익을 조작하고 스왑계약을 위조했고, 허위제출된 부서실적에 기해 거액의 성과급을 부당하게 수령했다고 봤다. 이에 금융사고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투기거래에 의한 트레이딩 수익이 ETF LP부서의 성과급 산정에 반영되도록 설계된 부적절한 성과보수체계라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은 ETF LP북, 장외파생계약 운용, 부서실적 검증과 관련한 내부통제기준이 없었다. 또한 리스크관리부, 전략기획부 등 주요 통제부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총체적인 내부통제 부실로 이러한 위법 행위가 장기간 적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0월 사고 발생 이후 약 한 달 반에 걸쳐 동안 검사를 진행해 온 금감원이 사실상 검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금감원은 책임자에 의한 수직적 내부통제, 관리부서에 의한 수평적 내부통제의 관점에서 견제 적정성을 CEO 책임 하에 정밀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단기실적을 과도하게 유인하는 현행 성과보수체계 재설계도 강조했다.

공모가격 부풀리기·증권신고서에 중요 사실 누락·상장 직후 대량 매도·공개매수제도 악용 등 증권사가 IPO 주관업무 과정에서의 자기이익 추구 행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금감원은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주관사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함용일 부원장은 "내실있는 경영을 위해 CEO 책임하에 내부통제와 인센티브 구조의 적정성을 원점에서 점검해달라"며 투자자 신뢰를 외면하는 영업관행을 스스로 혁파해주길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로 리스크 요인별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만일의 상황에 긴밀히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향후 'CEO 레터'를 도입해 자본시장과 관련해 긴급한 현안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하겠다고도 밝혔다. CEO 레터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서면 형식으로 주요 현안을 시장과 소통하는 점에서 착안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CEO와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 현안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및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년도 검사업무 핵심과제로 증권사의 리스크 취약부문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을 강도 높게 점검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