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야 개편 예고···VOD 없애고 스트리밍·숏폼 강화하락세 '체류시간' 늘리는 전략, 올 들어 인스타에도 밀려업계선 "콘텐츠로 고객 유입↑···광고·커머스 시너지 좋아"
시대 흐름에 맞는 제대로 된 콘텐츠 없이는 플랫폼 수익모델 핵심 지표인 '고객 체류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전략 변화로 해석된다.
블로그 일원화···영상은 치지직·클립 양날개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주문형 비디오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시리즈온' 운영을 중단했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6년 만이다.
최근 시청 경험이 젊은 층 주도로 '양방향 소통'과 '짧고 간결한' 콘텐츠로 변화하자,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시리즈온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영화·방송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으나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변황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과 숏폼 서비스 '클립'은 더 힘준다. 치지직은 내년 사용자 편의성 위주의 기능을 대거 도입한다. 실시간 방송 중에도 원하는 지점으로 돌아가 시청할 수 있는 '실시간 다시보기'를 월 구독 요금제 회원 대상으로 제공하고,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부분을 모아 보여주는 '다시보기 하이라이트'를 도입한다.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콘텐츠를 함께 보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같이 보기' 콘텐츠도 추가한다.
콘텐츠 생태계도 키운다. 네이버 스포츠와 양분하던 'e스포츠 중계'를 치지직에 통합한다. 네이버는 대표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중계해 왔다. 김정미 네이버 치지직 리더는 "내년 시청 경험 개편, 스트리머 지원 대폭 확대, 콘텐츠 생태계 성숙 및 다양화로 즐거운 스트리밍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숏폼 플랫폼 클립은 네이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면에 배치하고 ▲치지직 ▲지도 ▲블로그 등 서비스와 연동을 이어간다. 숏폼 콘텐츠 노출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텍스트 기반 콘텐츠 사업은 '블로그'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를 위해 2013년 11월 도입한 모바일형 플랫폼 '포스트'는 내년 4월 종료하고 블로그에 흡수한다. 유사한 기능을 하는 서비스를 한데 모아 창작자 지원 및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한 안배다. 복수의 서비스로 운영하면 회사의 투자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체류시간은 '생존'과 직결···콘텐츠 힘주는 진짜 이유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 재편은 시대 흐름에 뒤처진 채 글로벌 빅테크에 국내 고객들을 몽땅 내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외산 플랫폼 무덤'으로 불렸다. 싸이월드부터 카카오톡 등 강력한 정보기술(IT) 역량을 바탕으로 개발된 토종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했다. 전 세계 대부분을 장악한 구글 포털조차 국내에서는 네이버 '대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 기업이 안주하는 사이 구글 유튜브가 무료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장악했고, 바이트댄스의 틱톡과 메타 인스타그램이 '숏폼'을 무기로 젊은 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구글 유튜브가 월평균 1083억분이라는 월등한 지표로 1위에 올랐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327억분)보다도 체류시간이 2배 이상 높다. 네이버의 체류시간은 1년 전보다 20억분 줄어든 205억분으로, 같은 기간 62억분 늘어난 인스타그램(224억분)에도 밀렸다.
문제는 하락세인 체류시간이 네이버 최대 '수익원'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회사에서 가장 큰 매출을 내는 서치플랫폼 분야 핵심은 '광고'다. 고객이 찾지 않는 플랫폼은 광고주에게 매력이 떨어진다. 그 뒤를 잇는 커머스 사업도 포털을 찾은 이들이 없으면 매출을 낼 수 없다.
네이버가 내년 콘텐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가 많이 등록되면 자연스레 고객 체류시간은 늘어나게 된다"면서 "특히 네이버로서는 체류시간 확대가 광고와 커머스 사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콘텐츠 사업에 거는 기대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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