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래 첫 '사외이사·여성 이사회 의장' 선임···법률전문가내부 단속한 뒤 영풍 '역공'···다시 꺼낸 집중투표제 카드장씨 일가 견제, 영풍·MBK 연합 결속 약화 '압박' 노리나
고려아연은 지난 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을 비롯해 이사 신규 선임에 따른 이사회 구성 및 추후 경영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안건에 대한 후속조치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 해석을 둘러싼 법정 싸움으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신규 이사 선임을 공식화해 절차적·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4일 영풍은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7명에 대해 "불법적으로 선임된 사람들"이라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임시주총 이후 영풍·MBK는 두 차례 가처분 신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검찰 고발까지 연일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사회 재정비·임직원 격려···내부 조직 재정비 '최우선'
장기화된 경영권 분쟁 양상 속에서 일단 승기를 잡은 최윤범 회장은 이사회 재정비·임직원 격려 등 혼란스러운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한 후 첫 공식일정도 울산 온산제련소 현장을 찾은 것이다. 그 동안 챙기지 못했던 현장 현안들을 챙기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준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울산 방문 당시 임시주총이 끝나면 울산을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도 담겼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창사 이래 첫 사외이사이자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황덕남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의장직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최 회장은 사내이사로서 경영에만 몰두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은 황 의장 선임으로 약속했던 거버넌스 개선과 이사회 독립성·다양성 강화를 이행하는 동시에 법조계 출신 인사를 발탁해 산적한 법적 분쟁 이슈에 대응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다시 꺼낸 '집중투표제' 카드···영풍으로 옮긴 전장
최윤범 회장은 내부 단속에 나선 뒤 공세를 전환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공격한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이사회 진입을 노리는 '역공'에 나섰다.
최 회장 측이 지배하고 있는 영풍정밀은 지난 5일 "다음달 열리는 영풍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비롯해 현물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안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영풍은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가 지분 52.6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지분 15.15%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열세인 최 회장은 다시 한번 집중투표제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해 장씨 일가의 영풍 경영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소액주주 등이 찬성하면 집중투표제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영풍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성사시키더라도 해당 정기주총 당일부터 집중투표제를 적용해 이사를 선임하진 못한다. 하지만 이후부턴 집중투표를 이사 선출에 적용할 수 있게 돼 영풍을 압박하는 동시에 영풍·MBK 연합 결속 약화시키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영풍 측은 영풍정밀의 주주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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