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7000억원 규모···3곳 추가 출사표 공급가 최대 1만원대 하락과포화 판단에 해외 진출 활발
7000억원 수준의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회사가 경쟁에 뛰어들며 시장 과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업계는 글로벌 톡신 시장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시장을 선점한 주요 톡신 업체는 해외 진출을 통한 매출 확대 시도에 나서고 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파마리서치바이오·제테마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한 해 동안 네 개 업체가 추가로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그동안 수출용 보툴리눔톡신 허가를 받아 국외 수출을 하고 있었는데, 정식 허가로 전환되며 국내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가 4곳 늘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생산·판매 업체는 총 13곳, 제품은 30개로 늘었다. 특히 최근 5년간 정식 허가된 제품 수가 총 13개로 전체 허가 제품 중 43%를 차지해 근래 들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글로벌 제약사 수입 제품과 정식 품목허가 신청을 한 업체까지 따지면 스무 곳 가까운 업체가 국내 톡신 시장에 참전한 셈이다.
국내 기업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보톡스를 만드는 주요 기업은 엘러간, 입센, 멀츠를 비롯해 5개 정도로 평가받는다. 이에 비해 국내에는 총 13개 기업이 정식 허가를 받고 톡신 생산·판매에 뛰어들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중 이니바이오는 지난 2023년 미간용 주름개선을 목적으로 보툴리눔톡신 '이니보주'의 품목허가를 받고도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 국내에서 '가격 출혈' 수준의 초저가 경쟁이 벌어지자, 기존처럼 해외 판매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셈이다.
국산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메디톡스가 2006년 톡신 국산화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당시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을 출시해 글로벌 제약사 엘러간의 '보톡스'가 독주하던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보톡스보다 20~30% 낮은 가격을 통해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이어 2009년 휴젤, 2013년 대웅제약이 각각 보툴렉스와 나보타를 허가받으며 본격적인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됐고, 공급가는 4~5만원대로 떨어졌다. 2019년 이후에는 휴온스바이오파마가 수출용을 먼저 받은 후 나중에 국내 허가로 전환하는 전략을 시행하며 후발 업체에 방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휴온스바이오파마를 비롯해 파마리서치바이오, 메디카코리아, 이니바이오, 프로톡스,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종근당바이오, 제네톡스 등이 모두 수출용 품목 허가를 먼저 받았고, 현재는 정식 허가로 전환했거나 품목허가를 추진 중인 상태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며 국내 보툴리눔톡신 병·의원 공급가는 100유닛 기준 최대 1만원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평균 톡신 시술가는 턱 부위 단독 기준 9만원, 소분 기준 5만원으로 미국 시장의 톡신 시술가(약 30만원)에 비해 6배 저렴한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톡신 업체가 10여 곳 넘게 등장한 이유는 톡신 시장의 급성장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보툴리눔독소제제 생산실적은 5761억원으로 전년대비 28.5% 증가했다. 지난 2019년 1985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수출액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툴리눔 톡신(독소류 및 톡소이드류) 수출 예상치는 3억6600만달러(약 5298억5820만원)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는데, 올해는 4억달러(약 5790억8000만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연도별 수출액은 ▲2019년 2억2440만달러(3247억원) ▲2020년 2억528만달러(2971억원) ▲2021년 2억3569만달러(3411억원) ▲2022년 2억9631만달러(4288억원) ▲2023년 3억5301만달러(5110억원)로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타를 맞은 2020년을 빼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보툴리눔 톡신·필러 분야도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는 비만약 처방 후 살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피부가 처지거나 푸석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해당 부작용은 노보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에서 따온 '오젬픽 페이스'로 불리는데, 이로 인해 메디컬 에스테틱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세계 2위 톡신 업체인 갈더마는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GLP-1 약물 침투율이 높은 미국, 유럽, 중동, 브라질 등에서 체중 감량을 경험한 환자 45%가 3~6개월 후 얼굴 변화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갈더마에 따르면 비만약 복용 환자 중 60%가 체중 감량 과정에서 미용 전문가를 통합한 이중 서비스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갈더마는 비만치료제 투여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자사 PLLA 스킨부스터 '스컬트라(Sculptra)'를 20만 건 시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023년 81억4000만달러(약 11조7875억원,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추정치) 수준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톡신 시장에 비해 같은 기간 국내 보톡스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신한투자증권 추정치)에 그쳐 국내 시장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시장 과포화 판단에 각 업체는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 등 톡신 3사 역시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메디톡스 계열사 뉴메코는 최근 페루 의약품관리국(DIGEMID)과 태국 식품의약품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Thailand) 등에서 '뉴럭스'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그간 국내 시장에 집중했던 메디톡스는 첫 해외 진출지로 중남미와 동남아 시장을 선정하고 해외 20여개국 등록을 앞두고 있다.
중국 시장에도 진입을 준비한다. 중국 해남 스터우 투자유한 회사(해남 스터우)와 뉴라미스, 뉴럭스의 중국 수출을 위한 총판 계약을 체결했고, 해남 스터우가 뉴럭스의 중국 내 임상 3상 시험과 허가 절차를 전담하게 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임상 시험과 허가등록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대량 공급망을 갖춘 뉴럭스와 뉴라미스의 강점을 토대로 거대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다수의 톡신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휴젤은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레티보' 품목허가를 획득한 후 같은 해 7월 첫 수출 물량을 선적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등 중동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UAE에서는 오는 4월 말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레티보는 현재 67개국에서 허가된 상태로, 휴젤은 오는 2028년까지 레티보를 80개국 이상에 진출시키겠단 목표다.
휴젤 관계자는 "중동은 미용의료 목적으로 톡신 수요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핵심 지역 중 하나"라며 "보툴렉스의 우수한 제품력과 현지 파트너사 메디카 그룹의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 네트워크를 결합한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기반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주보'(국내 제품명 나보타)는 미국 출시 3년 만에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해 보톡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에볼루스를 통해 호주 시장에 '누시바'(국내 제품명 나보타)를 출시하며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에 이어 오세아니아까지 총 5개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달 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나보타를 정식 출시하며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다.
윤준수 대웅제약 나보타사업본부장은 "나보타는 현재 69개국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하고 80여개국과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으로, 이번 나보타 론칭을 시작으로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대웅제약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한 후발주자 제테마도 글로벌 수출에 나선다. 제테마는 튀르키예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중 품목허가, 오는 2분기 출시 목표로 파트너사 벌크와 5년간 800억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화동에스테틱과 10년간 6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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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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