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우리금융 거버넌스 개선이 우선···임종룡 역할 중요"(종합)

우리금융 자회사 인수 심사 '원칙대로' 강조

온정주의적 감독 태도 반성···"큰 책임 묻겠다"

금리인하 본격화···가산금리 변동성 확대 경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가 틀어져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장까지 그만두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임종룡 회장은 임기를 채우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9일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이후 백브리핑을 열고 "임기가 문제가 아니라 행장과 회장들이 스스로 직을 걸고 환골탈태를 하셔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잇단 금융사고로 고개를 숙인 CEO들이 옷을 벗기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지배구조, 내부통제, 조직문화 등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원장은 최근 임 회장과의 긴장감이 완화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난 2022년 손태승 전 회장이 그만둘 때 혼란을 겪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주회장은 임기를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거버넌스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뜻을 임 회장에게 여러 번 말씀드렸고, 내부의 파벌 등 조직문화는 임 회장 스스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금융회사 CEO의 임기는 이사회 또는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관여할 건 아니다"라며 "임기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얘기하면 안 되지만 (내부통제, 조직문화 등을)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 대해서는 "임 회장과의 관계 개선과는 별개로 검사결과에 대한 엄정한 판단을 바탕으로 경영실태평가를 도출한 뒤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며 "경영실태평가가 좋게 나온다고 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외연확장을 마음껏 하라고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인허가 문제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또한 이 원장은 "우리금융부터 기업은행, 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투자증권에 이르기까지 어느 금융회사 할 것 없이 천억원 단위 사고들이 발생하는 건 크게 각성해야 할 문제"라며 "당국이 금융회사들에게 온정주의에 대한 경고를 했지만 거꾸로 금융회사들과 당국의 관계가 온정주의적으로 흘렸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초래된 거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등의 문제는 매우 심각해서 큰 책임을 물으려고 생각 중"이라며 "은행권은 지난 수년간 외연 확장을 거쳐 수십조원의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이와 비례해 내부가 단단해졌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또 NH농협금융지주의 과도한 배당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배당률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금융회사가 자기자본으로 위험가중자산을 스스로 관리하는 뜻"이라며 "농협의 배당 규모가 당기순이익의 절반이나 3분의 1이냐의 관점보다는 과도한 배당으로 중장기적인 성장능력이 훼손됐는지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배당으로 수익과 건전성이 훼손되면 감독당국도 그렇지만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거위알을 계속 먹느냐 거위의 배를 가르느냐의 문제이고, 그런 차원에서 지난 정기검사를 통해 긴밀히 협의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원장은 "하나금융의 CEO 선임 절차는 제가 보기에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국민들이 보시기에 셀프 연임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며 "관련 규정을 미리 정비하거나 연임이 불가피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한 뒤 주주, 소비자들과 공유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지배구조의 정상적인 작동이 내부통제와의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지난 2022년 이후부터 일관되게 갖고 있다"며 "지배구조 모범규준 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되는 책무구조도 등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돼 있고,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은 이 같은 제도들을 어떻게 안착시키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의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금융회사 이사회에) 부탁을 드리고 있다"며 "특정 금융회사나 CEO를 염두에 두고 말씀드린 건 아니고, 이사회에서 거버넌스 개선과 고도화는 3월 정기주총에서 공유가 될 테니 일관되게 추진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은행권의 금리인하 여력에 대해서는 "당국이 은행의 금리에 직접 관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도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다만 두 차례 떨어진 기준금리는 대략 6개월에 걸쳐 시장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금리인하 흐름이 올해 1분기부터 어느 정도 효과를 내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다만 이달 안에 정부에서 정책금융 운영과 관련된 방향성이 논의되면 지난해와 같은 가산금리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올해는 지난해에 있었던 노이즈 요인들이 사라지고 대환대출 플랫폼 등 가격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다양한 좋은 제도들을 통해 실효적인 금리인하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의 전달경로 등을 점검하고, 은행들이 거시경제 흐름에 맞게 금리정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드릴 수 있는 게 있는지 고민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