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방사청 중재로 함정 수출 '원팀' 구성수상함·잠수함, 각자 영역 구축···'70조원 규모' 캐나다 정조준'대승적 차원' 실효성은?···KDDX 여전히 살아있는 갈등의 불씨
두 수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극적 화해 결단을 내리면서 올해 굵직한 방산 수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안에서 싸우곤 밖에서 협력하는 묘한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의 중재 하에 군함 수출 수주전에서는 '코리아 원팀'을 꾸려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향후 함정 수출사업에서 각자 경쟁력 있는 분야에 특화해 수주전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수상함과 잠수함 수출사업을 주관한다.
예를 들어 각자 강점이 있는 프로젝트를 수주 한 뒤 양사가 일정 비율로 건조 대수를 나누는 방식이다. 서로가 서로의 덕을 볼 수 있는 '윈윈(Win-Win)' 해법이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한국 방산업계가 동반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나기 위한 발걸음 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출 경쟁력 극대화···'한화오션 주도' 캐나다 수주전 기대
시장에서는 K-방산 내부 균열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수출 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K방산의 '마지막 퍼즐'은 해양 분야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주포·전차·장갑차·미사일 등 육군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주도하는 해양 방산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굵직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10조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것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았다. 당시 수주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양사가 독자노선을 걸으며 경쟁력을 깎아 먹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근 K-해양방산에 대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잇따르자 내부 균열은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예상보다 미국 진출 기회가 커지자 수주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영향도 한몫 했다.
화해무드를 조성한 양사는 올해 '코리아 원팀'으로 캐나다(70조원)와 폴란드(8조원) 함정 수주에 도전한다. 특히 지난해 7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이 따낼 경우 역대 최대 방위산업 수출이 될 전망이다.
초대형 사업인 만큼 방산 강국 독일과 경쟁하기 위한 '원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엔 양사 합의에 따라 한화오션이 선봉에 나서 경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석종건 방사청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주 호위암 수주를)교훈 삼아서 원팀 구성뿐만 아니고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캐나다 수주전 이후에도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조 단위 해양 방산 프로젝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케케묵은 갈등의 풀어낼까···KDDX에 쏠리는 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표면적인 갈등을 매듭지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출에 국한된 협력이다.
적대적인 국내 '양강' 체제 속에서 사실상 안에선 싸우고 밖에선 협력하겠다는 방침이 실질적인 화합을 이뤄낼 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특히 양사의 갈등의 골이 깊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우려가 크다.
두 회사의 갈등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당시 HD현대중공업 직원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이 발단이다.
KDDX는 정부가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국산 기술로 건조하기 위해 2018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7조8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두 회사가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
KDDX 입찰에서 시작된 양사의 앙금은 여전하다. 호주 수주전 고배 이후 양사는 서로에 대한 법적 고발을 취하하면서 화해무드를 조성하면서도 최근까지도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KDDX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공동개발이라는 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양사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방사청은 선정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채 사업 착수는 1년 이상 지연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4월 17일 방사청의 결단이 '원팀' 기조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사가 오랜 시간 평행선을 걷는 만큼 어느 한쪽엔 필연적인 갈등의 씨앗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방식을 두고 논란이 거듭되며 방사청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원팀 협력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한 현 시점에서 누구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대승적 차원에서 손을 잡았지만 KDDX 사업 추진 방식에 따라 언제든 다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며 "내부 갈등을 이어가면서도 수출에서만 협력하겠다는 원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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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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