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관례대로 "수의계약"한화오션, 국익 위한 "공동설계"방사청, "관례 없어 가능성 낮아"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내달 17일 열리는 사업분과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사를 통과해 KDDX 방산업체로 복수 지정됐고, 사업분과위원회는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및 동시 건조 등 3개 방식 중 하나의 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심의된 안건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올리면 4월 중 최종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KDDX는 정부가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국산 기술로 건조하기 위해 2018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7조8000억원으로 해군은 이를 포함한 총 18척의 구축함으로 이뤄진 기동함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군함 건조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1번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통상 군함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방산업체로 지정돼 상세설계와 선도함을 건조한다. KDDX 개념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기본설계를 가져간 HD현대중공업이 최종업체로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난해 7월 군사기밀 유출 논란으로 HD현대중공업의 사법리스크가 대두되자 방사청은 수의계약 추진을 유보하고 사업자 선정도 연기했다. 이후 방사청은 선정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채 KDDX 사업 착수는 1년 이상 지연된 상황이다.
현재 변수로는 이례적인 방산업체의 복수 지정이 꼽힌다. 산업부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모두 지정하는 이례적인 판단으로 오히려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양사의 신경전도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을 자사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외 함정사업 발전적 추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함정 건조는 적자 수주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가 어려웠다"며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해 기본설계하는 업체가 일관성 있게 선도함을 건조하도록 한 것"이라며 관행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 전력화 차질 초래 비판과 함께 업체 간 갈등을 불러 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적합한 사업자 선정을 이유로 소요된 지난 8개월의 시간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군사기밀 유출 업체의 수주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산업체로 복수 지정된 한화오션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 등을 문제 삼아 경쟁입찰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동개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진호 전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은 "'협약'이라는 제도가 있어 계약과 협약이 동시에 하나의 계약으로 성립될 수 있다. 즉,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우도 KDDX 문제와 관련해 두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본질이 상세설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하는 방식은 과학기술통신법에 있는 '공동 투자' 형태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호중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상무도 "한국형 구축함 사업은 지난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여전히 미착수 상태"라며 "조속히 사업이 진행돼야 국내외 함정사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건조가 가능한 두 개 업체가 분할 건조하는 등 공동개발이 필요하다"며 HD현대중공업과의 협업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업방식을 두고 논란이 거듭되며 방사청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방사청은 공식적으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포함, 양산함 공동 개발 등의 방안에 대해선 업체에 제안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신현승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히며 "공동설계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고 밝힌 만큼 공동개발은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관례대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하돼 총 6척의 물량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3척씩 나눠 수주하는 것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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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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