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약품 공급망 이니셔티브 가입인도 혁신제약서비스기구 출범국내 기업 경쟁력 저하 우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연초 중국 기업 우시앱텍과 우시 바이오로직스, 진스크립트 등이 PSCI의 공급기업 파트너십에 가입했다. PSCI는 2013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단체로 제약 산업 공급망에서 기업들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니셔티브다.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머크(MSD) 등 주요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을 비롯한 국내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80개 이상의 회원사가 가입한 상태다.
중국 기업이 PSCI 가입에 나선 것은 생물보안법 통과를 경계해서다. PSCI 가입을 위해서는 정관, 내규, 원칙 및 회원 계약을 준수해야 하고, 독점금지 정책 등을 준수해야 한다. 또 PSCI 회원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감사보고서를 공유해야 하는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동안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던 중국 기업이 협력 체제에 동참해 신뢰도를 높여 CDMO 시장 방어 및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적대국의 바이오기업과 기기의 활용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중국의 주요 바이오 기업 5곳(BGI, MGI, 컴플리트지노믹스,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을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이들 기업과의 거래 및 협력을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돼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한 법안으로 해석됐다.
생물보안법 통과 시 론자(Lonza)의 뒤를 이어 글로벌 2위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아시아 위탁연구기관 시장에서 최고 순위인 우시앱텍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미국 내 로비 활동을 강화해 법안 통과를 늦추고 있다. 우시앱텍은 지난해 117만달러(한화 약 17억원)를 쏟아부었고,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같은 기간 45만5000달러(한화 약 6억6484만원)를 지출했다. 실제로 지난해 생물보안법이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이어 필수 법안 예산지속결의안에서도 제외되면서 통과가 무산됐지만, 미국 내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법안이기에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기업은 기회를 엿보고 추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달 인도에서는 11개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단체인 혁신제약서비스기구(IPSO)가 출범했다. 발견, 개발, 바이오 제조 및 기타 전문 분야의 다양한 전문 지식을 한데 모은 전문 산업계 단체가 생기며 인도 CRDMO 부문 발전의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다.
IPSO는 인도의 CRDMO 산업 부문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연구, 정책 및 산업 협력을 지원해 차세대 바이오·제약 성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IPSO가 지난 25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개최한 바이오아시아 2025(BioAsia 2025) 행사에서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호랑이 풀기: 인도 CRDMO 부문 2025)에 따르면 인도의 CRDMO 부문은 변곡점에 있으며 2035년까지 220억달러(약 32조1530억원)에서 250억달러(약 36조5375억원) 사이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인도는 선진국 대비 저렴한 비용과 미국 외 지역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GMP 공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세계의 약국'이라 불리는 글로벌 의약품 생산기지로서 입지를 굳혔다. 주로 화학합성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FDA에서 승인된 63개 바이오시밀러 중 6개를 승인받는 등 바이오의약품으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별로는 미국(26개), 한국(14개), 스위스(7개), 독일(6개)에 이은 5위의 기록이다.
최근 인도의 대형 제약사는 자체적으로 또는 자회사를 만들어 CDMO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CDMO 분야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상업적 제조시설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추세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인도가 이번에 출범한 CRDMO 단체를 통해 다양한 협력 모델과 정부 지원정책을 확보해 빠르게 추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CDMO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CDMO 기업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CDMO 산업 특성상 글로벌 제약사가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하면 언제든 계약을 뺏길 수 있다"면서 "특히 인도 CDMO 산업 잠재력은 생각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 소부장 최강자 써모피셔가 CRDMO에 적극 진출하고 있고, 유럽(론자), 중국(우시바이오), 일본(후지필름 다이오신스, AGC바이오로직스) 등 기존 글로벌 상위 CDMO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시설과 서비스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의 신흥 CRDMO 기업들까지 새로 진입하는 등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CDMO 영역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오산업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본격화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도, 일본, 유럽 내 CDMO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지고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국내 바이오산업계와 정부는 산업의 핵심이 되는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원천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CDMO 산업 지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최상목 권한대행 주재로 출범식을 열고 "바이오를 반도체를 잇는 대표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국내 의약품 CDMO은 오는 2032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의 2.5배로 확대해 생산·매출 세계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 등 기업 애로를 총력 해소하고, 새로운 다중모형(모달리티) 등 사업 다각화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의사 출신의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CDMO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추진한 법안으로 알려졌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일본과 인도 소재 기업은 자국 정부 지원을 받아 설비 확장에 나서며 중국의 빈자리를 자국의 기회로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중 바이오 패권전쟁에서 기회를 선점하고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은 2023년 기준 196억8000만달러(약 28조7500억원)로, 오는 2029년에는 438억5000만달러(약 64조736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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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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