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PK·PD: 몸이 약에 하는 일, 약이 몸에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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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PD: 몸이 약에 하는 일, 약이 몸에 하는 일

등록 2026.08.08 07:07

이병현

  기자

투여량 아닌 최적 체내 노출이 중요노출량과 효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최대내약용량 대신 최적 용량 찾는 흐름

사진=AI(챗GPT) 생성사진=AI(챗GPT) 생성

국내외 바이오 기업의 신약 임상시험 결과 발표를 보면 "양호한 PK 특성을 확인했다", "용량 비례적인 노출 증가가 나타났다", "PD 바이오마커의 유의미한 변화를 관찰했다"는 표현이 단골로 등장한다.

일견 모두 긍정적인 결과처럼 들린다. 하지만 PK가 좋거나 PD 신호가 확인됐다고 해서 곧바로 '치료 효과 입증'이라는 샴페인을 터뜨릴 수는 없다. 약이 몸속에 충분히 들어온 것과 그 약이 실제로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투여량(Dose)과 노출량(Exposure)은 다르다


신약개발의 기초 문법을 이해하려면 PK와 PD의 개념부터 분리해야 한다. PK(Pharmacokinetics, 약동학)는 쉽게 말해 '몸이 약에 하는 일'이다. 약이 인체에 들어온 뒤 어떻게 흡수(Absorption)되고, 온몸으로 분포(Distribution)하며, 간 등에서 대사(Metabolism)를 거쳐 몸 밖으로 배설(Excretion)되는지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환자가 100㎎의 약을 먹었다고 해서 몸이 이를 100%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장에서 덜 흡수되거나 간에서 일찍 분해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 투여한 절대적인 '용량'과 혈액·조직에서 실제 측정되는 '노출량'은 구별해야 한다. 식사 유무, 간·신장 기능, 체중 등에 따라 체내 농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PK의 핵심 지표로는 최고혈중농도(Cmax), 최고 농도 도달 시간(Tmax), 일정 시간 동안의 전체 노출량을 나타내는 곡선하면적(AUC), 약물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등이 쓰인다. 임상에서 "용량 비례적 PK를 확인했다"는 것은 100㎎에서 200㎎으로 투여량을 늘렸을 때, 체내 노출량(AUC 등)도 예측 가능하게 상응하여 늘어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출량이 두 배가 됐다고 치료 효과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부터는 PD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약이 몸에서 어떻게 작동했나···진짜 변화를 보는 PD


PD(Pharmacodynamics, 약력학)는 반대로 '약이 몸에 하는 일'이다. 약물이 체내에 들어온 뒤 표적(수용체 등)에 결합해 어떤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 결과 효과나 부작용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살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규제 당국은 이 PK와 PD를 연결해 약물의 체내 노출과 반응 사이의 상관관계를 깐깐하게 분석한다. 신약이 효과를 내는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투여 용량 → 혈액·조직 약물 노출(PK) → 표적 결합 및 바이오마커 변화(PD) → 증상 개선·생존 연장 등 임상적 효과

여기서 맹점은 앞 단계가 충족됐다고 다음 단계가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혈중 약물 농도가 충분(PK)해도 목표 조직까지 도달하지 못할 수 있고, 바이오마커 수치가 좋아졌음에도(PD) 정작 환자가 느끼는 임상적 개선 효과는 없을 수도 있다. 즉, "PD 신호 확인"은 체내 생물학적 작용이 있었다는 팩트일 뿐, 최종 치료 효과 입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PK와 PD가 엇갈릴 때, 실패의 해답이 나온다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에서 실패했을 때, 기업은 PK와 PD 데이터를 병합 분석해 원인을 뜯어본다.

▲PK 노출 자체가 부족하다면 제형이나 투여 경로를 바꿔야 한다. ▲PK는 충분한데 PD 변화가 없다면 애초에 타깃 선정을 잘못했거나 약이 표적에 제대로 붙지 못한 것이다. ▲효과와 독성이 동시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유효 용량과 독성 용량 사이의 폭(치료역)이 너무 좁다는 뜻으로, 최적의 용량 조절이 임상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암젠의 표적항암제 '소토라십(제품명 루마크라스)'은 용량을 늘린다고 무조건 체내 노출과 치료 효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허가 심사 당시 소토라십은 180㎎에서 960㎎으로 투여량을 높여도 체내 노출량(AUC·Cmax)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비선형적 특성을 보였다.

FDA는 960㎎을 권고용량으로 허가하면서도, 이 용량이 과연 '최적화'된 것인지 의문을 품고 240㎎과 후속 비교 임상을 요구했다. 약을 많이 쓴다고 효과가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는 반면 잠재적 부작용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가속 승인 상태는 유지되고 있지만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여량 자체보다 실제 체내 노출(PK)과 반응(PD)을 입체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최대 투여" 버리고 "최적 용량" 찾는 제약바이오 업계


과거 세포독성 항암제 시절에는 환자가 견딜 수 있는 가장 높은 용량인 '최대내약용량(MTD)'을 찾는 것이 공식이었다. 하지만 표적·면역항암제 시대가 열리면서, 특정 농도 이상에서는 효과는 정체되고 독성만 커지는 현상이 빈번해졌다.

이에 FDA는 '프로젝트 옵티머스(Project Optimus)'를 가동해 초기 개발 단계부터 복수의 용량을 비교하고, 효과와 내약성을 종합한 '최적 용량(Optimal Dose)'을 찾도록 규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2026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ICH M15' 가이드라인 채택 등으로 '모델기반 신약개발(MIDD)'이 본격화하면서 PK·PD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환자와 비임상시험에서 얻은 노출·반응 데이터를 수학적 모델로 분석해 최적의 임상 용량과 투여 간격을 예측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제 바이오 기업의 임상 발표를 볼 때 투자자는 단순히 '데이터 양호'라는 말에 환호하기보다 세 가지를 차례로 질문해야 한다. ▲약물이 몸속에 충분히 노출(PK)됐는가. ▲그 노출이 실제 표적의 변화(PD)를 이끌었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 이익으로 연결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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