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생절차 통해 사업 정상화 도모자금 부족 사태 대비한 사전 예방적 조치MBK 인수 이후 과중한 재무 부담
선제적 구조조정은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현재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자금부족 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회생절차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홈플러스는 현재 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지난달 28일 자로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금융조달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오는 5월께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은 단기 유동성 악화로 납품대금 정산을 제때 못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단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어왔다. 납품업체와 협의해 지연 이자를 주면서 대금을 한두 달 뒤에 정산해주는 방안을 써왔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미정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사전 예방적 조치'를 강조하며 법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 과중한 재무부담 ▲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2024년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5조31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94억원 증가했고,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60.3%에 달했다"면서 "토지 재평가에 따른 자본증가에도 대규모 당기순손실 반복에 따른 자본 감소 영향으로 2024년 11월 말 부채비율이 1408.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점포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족한 경상 현금흐름에 대응하는 외부 의존적 현금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자산매각 여건이 저하된 점도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입구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홈플러스 밀실분할매각 저지 조합원 총궐기 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과도한 이자비용은 홈플러스의 발목을 오랫동안 잡아왔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의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보고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으로 해당 기간 영업이익인 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
앞서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자금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를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000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로 조달했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가면서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채용도 대폭 줄여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BK는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지만,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운영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꾸준히 발생했다.
한편,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도 함께 발령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 전과 동일하게 정상 영업을 계속하면서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다.
홈플러스는 협력업체 및 가맹점주와의 계약,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창립기념 할인행사 '홈플런' 등을 이전과 변함없이 그대로 이행하면 되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물품판매와 대금결제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직원과의 근로관계 유지 및 임금 지급 등도 회생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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