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부실금융 기관 지정 이후 지속 시도유찰 끝에 수의계약서 메리츠화재 택했지만노조 반발 끝내 발목···향후 전망 '동상이몽'
13일 메리츠화재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 차이 등으로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그간 메리츠화재는 매각조건 협의를 위한 실사를 지속 추진했으나 MG손보 노동조합과의 이견 등으로 실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는 2022년 부실금융기관 이후 5번째 매각 실패다. 당시 금융당국은 MG손보의 경영개선계획을 승인하지 않았고, 자본확충 지연 등으로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당시 위탁운용사였던 JC파트너스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반발하며 부실금융기관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예보와 별개로 독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소송은 항소심을 거쳐 3심까지 이어졌지만 대법원이 JC파트너스의 재항고를 최종 기각함으로써 MG손보는 공개매각 대상이 됐다.
예보가 관련 업무를 맡아 이듬해부터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 초 1차 매각 진행에서 거래 구조를 주식 매각(M&A) 또는 P&A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입찰 마감까지 단 한 곳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매각은 무위로 돌아갔다.
같은해 8월 다시 진행한 예비입찰에서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곳만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유찰됐다. 국가계약법상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이 유효하려면 최소 두 개 이상 업체가 신청해야 한다.
이후 2023년 7월 진행된 3번째 매각 작업도 실패했다. 예비입찰 단계에서 PEF인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각각 인수 의향을 밝히며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본입찰에서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세 번째 매각 시도가 무산된 후 2주 만에 다시 나온 네 번째 입찰 공고 때부터다. PEF가 아닌 주요 손보사가 최초로 원매자로 뛰어들면서 국면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예보는 매각주관사, 법률자문사 검토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종 유찰 처리했다.
실패가 거듭되자 예보는 지난해 말 진행된 5차 입찰부터 MG손보 매각을 공개입찰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동일 차수 내 재공고가 진행된 입찰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의계약은 계약 주체가 계약 상대방을 직접 선정할 수 있으며, 적격심사도 보지 않는다.
수의계약 입찰에 메리츠화재와 데일리파트너스가 나서자 예보는 심사 끝에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 올 초부터 매각 작업을 위한 실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MG손보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노조 측은 메리츠화재의 P&A 방식 인수 계획에 대해 고용 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금감원의 표준검사 처리기간 위반 등 이례적인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실사를 거부했다. 실사를 위해 영업 기밀 포함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려 한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이후 예보가 MG손보 노조와의 실사에 대해 합의하는 한편, 고용규모 및 위로금 수준은 실사가 개시된 이후 성실히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임을 전달하며 실사 작업이 재개되는 듯 했다. 다만MG손보 노조가 지난 12일 예보가 메리츠화재와 MG손보 노조, MG손보 대표관리인을 대상으로 추진한 고용수준 등의 협의를 위한 회의에 불참했고,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메리츠화재는 결국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
한편 MG손보 노조는 오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예보가 제시한 정리 대안 중 청·파산의 경우 금융당국도 책임소지가 커질 수 있어 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4차 공개 매각이나 가교보험사 계약 이전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MG손보 노조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두고 손보업 진출을 희망하는 회사들이 다수 있기에 향후 매각도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매각 성사 여부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향후 예보는 MG손보 매각에 있어 수익성 문제와 더불어 강성 노조에 대한 이슈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노조 측이 제시하는 임직원 고용 정책 등을 전면 수용할 수 있는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 내에서 경쟁력 높은 영업 조직이 2022년 부실기관 지정 당시 다수 이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보가 대체 방식으로 청·파산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 보험사 계약을 보유한 소비자들을 안중에 두지 않은 처사"라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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