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2차 제동···금감원 "이유 보완하라" 무제한 정정 방침2차 제동에 신고가 경신···승부수에도 남아있는 주주 설득 과제'부채비율 393.1%' 재무건전성 악화···자금 조달 계획 늦춰질라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다시 반려했다. 지난달 27일 1차 정정 요구에 이어 두 번째 조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와 관련 무제한 정정 방침을 밝힌 상태다.
시장에서는 앞선 두산 사례에 주목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칫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합병을 추진하던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는 계속되는 정정요구 끝에 결국 합병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 원장은 합병 배경, 주주가치 훼손 여부 등을 이유로 "횟수에 제한 두지 않고 정정요구를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여전히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 ▲주주에 미치는 영향 ▲자금사용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제동걸자 주가 급등···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서는 사실상 유상증자 규모 축소라는 승부수까지 던지면서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낸 상황이다.
특히 지난 18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1조3000원 규모 매입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승계 논란을 정면돌파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은 "유상증자 논란을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앞으로 주주 가치 제고를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는 사이 지난달 20일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발표로 인해 60만원대 초반까지 폭락했던 주가는 상장 후 처음으로 8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금감원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재차 제동을 걸자 장중 주가는 86만20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반려하자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여전히 주주설득과 의혹해소 과제가 남아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금감원의 압박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주주가 희생하고, 소액주주는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라는 한화 측의 발언은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어차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에너지로 간 돈이 그대로 들어오는 것인데, 소액주주에게 큰 이익이 되며 대주주가 희생했다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적기 투자' 유럽 현지화 본격적···자금조달 '시급'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금감원의 지적과 별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계획했던 현지화 투자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방산 생산기지를 추가 확보하고 유럽 현지 대학들과의 산학 협력 범위를 넓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텀시트 계약을 체결했다. 신설 법인을 통해 폴란드군에 사거리 80㎞급 '천무' 유도탄을 현지 생산해 공급하고 향후 유럽 시장 수출을 추진한다.
또 루마니아를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 삼고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의 현지 생산 및 정비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 착공해 2027년 말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유럽에서 추가 생산 거점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 가운데 6000억원은 유럽 및 사우디 방산업체와의 합작, 해외 거점 확보에 쓰인다.
'적기 투자'를 강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큼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별도기준 부채총계는 2021년 말 3조493억원에서 지난해 말 13조8431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45.84%에서 393.05%로 폭증했다.
자칫 유상증자가 일정이 더 뒤로 밀릴 경우 올해 하반기 글로벌 방산 사업 기회를 앞두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초 신주배정 기준일은 4월 24일, 상장 예정일은 6월 24일이었으나, 현재 일정상 7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2차 정정신고서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체 투자 계획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금감원의 정정공시 요청에 앞으로 신속하고 성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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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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