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발표 후 승계·주주피해 등 논란결국 유증 규모 3.6조→2.3조로 축소1.3조 한화에어로 유증 할인 없이 참여
축소된 1조3000억원은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 3개 계열사가 담당하기로 했다. 할인 없는 제3자 유상증자를 추진해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한화에어로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한 유증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는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됐다. 청약예정일은 6월 4일에서 5일로 하루 밀렸다.
줄어든 1조3000억원에 대해서는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한다. 이 방식이 실행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한화임팩트(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3750억원 중 94%를 사용한 것이다. 이후 일주일 만에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사실상 세 아들에게 몰아주고 투자금을 주주에게서 확보하는 모양새가 된 탓이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톱 티어 도약을 위한 투자 자금 확보 목적이란 회사 측의 설명에도 영업이익을 통한 현금 확보가 가능한 상황에서 주주들의 손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초대형 증자에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졌다.
이에 한화에어로의 주가는 급락했고,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유증을 택한 이유 ▲증자 시점 및 자금 사용 목적의 검토 여부 ▲증자 전·후 한화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 재편과 증자 연관성 등을 상세히 기재할 것을 주문했다. 한화 측은 지난달 상속 논란 종식을 위해 김 회장이 보유 하고 있던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이날 금감원 요구에 따라 공시한 유상증자 축소 결정은 기존 3조6000억원의 자금 확보는 계획대로 진행하되,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2조4000억원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이 방식이 실행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4월 내에 시가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방안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참여하면 한화에어로 소액주주의 손실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가로 주식 매수에 나서는 점은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에 한화오션 주식 매각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에 되돌아가는 효과도 있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1.3조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원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 3조6000억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유증 발표 이후 주주, 언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질책과 염려의 말씀이 있었고, 반성을 뼈저리게 했다"며 "경영적으로 옳은 방향이더라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유증 규모 축소와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안 사장은 "(김승연) 회장께서도 승계 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을 보고 빠르게 결단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추정이긴 하나 '승계 문제는 전혀 아닌데, 아예 내가 이 논란을 끝내버리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1조3천억원을 되돌리는 방법도 대주주들은 일반주주들이 받는 15%의 할인 없이 가겠다는 것"이라며 "저희가 분명히 부족했던 부분들이 많았다"고 사과했다.
안 사장은 각국의 방위산업 투자가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등 방산업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며 시급하고 필수적인 사업 활동을 위해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향후 4년간 방산은 물론 조선과 해양, 에너지 분야에 총 11조원을 투자한다. 2035년까지 연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안 사장은 "전체 유상증자 계획을 3조6000억원 규모로 신고했지만, 실제 투자 계획은 11조원 플러스알파"라며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4년간 최소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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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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