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14일 월요일

  • 서울 4℃

  • 인천 4℃

  • 백령 6℃

  • 춘천 3℃

  • 강릉 4℃

  • 청주 5℃

  • 수원 3℃

  • 안동 4℃

  • 울릉도 7℃

  • 독도 7℃

  • 대전 5℃

  • 전주 5℃

  • 광주 6℃

  • 목포 6℃

  • 여수 7℃

  • 대구 6℃

  • 울산 5℃

  • 창원 7℃

  • 부산 7℃

  • 제주 7℃

산업 매입-증자-승계-축소···재계 7위 한화의 '요란했던' 두 달

산업 중공업·방산

매입-증자-승계-축소···재계 7위 한화의 '요란했던' 두 달

등록 2025.04.08 16:28

김다정

  기자

공유

'발단' 한화에너지서 한화오션 주식 1.3조 매입자사주 매입·지분 증여 '승부수'···승계 논란 'ing'유상증자 3.6조→2.3조···"경영권 승계 논란 불식"

매입-증자-승계-축소···재계 7위 한화의 '요란했던' 두 달 기사의 사진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

지난달 20일 오후 5시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주주들은 당연히 들끓었고, 연일 해명을 이어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결국 8일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두 달간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행보를 정리해봤다.

#한화오션 지분 매입.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10일 한화오션 지분 매입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2%를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은 23%에서 30%로 늘어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방산·조선 축이 견고해졌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다음날인 1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역대급 실적과 한화오션 지분 매입 이슈가 맞물리면서 하루 만에 20.58% 급등한 49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각에선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유 현금으로 충분하다"며 이를 일축했다.

#유상증자 발표. 한화오션 지분 매입 이후 시장에서는 조금씩 한화가(家) 3형제 승계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와 자회사인 한화임팩트가 한화오션 지분 매각으로 1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면서부터다.

승계 자금을 확보한 것이라는 의혹이 조금씩 커져 갈 무렵인 3월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깜짝 유상증자 발표는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국내 자본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톱 티어 도약을 위한 투자 자금 확보 목적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18일 종가 기준 76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후 첫 거래일인 21일 13%대 급락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3750억원을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대부분을 쓰더니, 돌연 투자자금 명목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의혹으로 남았던 승계 이슈가 실체를 드러낸 셈이다.

#자사주 매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상증자 발표 하루 만에 주가가 폭락하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은 3월 23일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급반등세로 전환됐다. 24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48%(4만7000원) 오른 67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의 '9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이달 1일에 완료됐다. 김동관 부회장은 회사 주식 약 30억원(4560주)을 매입했다. 김 부회장의 한화에어로페이스 자사주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주사인 ㈜한화도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참여를 결의했다. 총액 9800억원 규모로 보유 현금과 금융 조달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감원 제동. 유상증자 폭탄에 주주들이 들끓자 금융당국도 일주일 만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3월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유상증자 당위성과 주주소통 절차 등을 보강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중점심사 절차에 따라 대면 협의 등을 통해 면밀히 심사한 결과 유상증자 당위성,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정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분 증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승계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분 증여'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31일 ㈜한화 부유 지분 22.64%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4.86%,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지분 3.23%씩 취득하는 방식이다.

한화그룹은 공식적으로 '승계 완료'를 선언했다. 이번 지분 증여로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포함해 42.67%까지 높아지게 됐다. 특히 김 부회장의 의결권 비중은 20.85%로, ㈜한화의 최대주주가 됐다.

한화그룹은 "승계가 완료됨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승계와 연결시키는 억측과 왜곡은 불식될 것"이라며 "'㈜한화-한화에너지 합병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오해가 바로 잡히고,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상증자 축소. 승계 완료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여론은 예상을 비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서 시작된 승계 의혹이 자칫 정치권으로까지 흘러 들어갈 조짐이 감지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시사하자 "주가가 급락한 날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한 총수"라며 김승연 회장을 콕 집어 거론하면서 "주가 하락이 증여세를 절감하고 자녀 소유 회사로 흘러간 자금이 증여 재원이 되는 구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막다른 길에 몰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대규모 투자 공감대를 형성하더라도 주주 주머니를 털어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는 성토가 쏟아지는 한 계속될 논란이었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으로 계획했던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조정키로 했다.

특히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1조3000원 규모 매입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다.

이날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유증 발표 이후 주주, 언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질책과 염려의 말씀이 있었고, 뼈저리게 반성했다"며 "경영적으로 옳은 방향이더라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유상증자 규모 축소와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