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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265만명 시대' 외국인 접점 넓히는 은행권..."내수 성장절벽 넘는다"

금융 은행

'265만명 시대' 외국인 접점 넓히는 은행권..."내수 성장절벽 넘는다"

등록 2025.04.22 10:25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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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외국인층 적극 공략···특화점포·앱으로 맞춤 서비스 확대젊고 경제력 빠르게 상승···내국인 대비 성장 잠재력 높아언어·신용평가 등 한계 여전···"포용금융 위한 지원책 필요"

'265만명 시대' 외국인 접점 넓히는 은행권..."내수 성장절벽 넘는다" 기사의 사진

대출 성장 둔화와 고령화에 직면한 국내 은행들이 외국인과의 접점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 265만명까지 불어난 외국인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경제력을 높여나가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외국인들의 국내 서비스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고 신용평가모형이 불완전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들은 특화점포, 다국어서비스, 전용 앱 등을 통해 외국인 특화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이달 말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 'KB 퀵샌드(Quick Send)'를 출시한다. 중계수수료와 전신료가 없어 송금 수수료는 건당 5000원에 불과하고 장기간 소요되던 처리 기간도 최대 1영업일 이내로 단축해 실시간 송금이 가능해졌다. 또한 국민은행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외환송금센터를 설치하고 환전·송금, 계좌개설, 카드발급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구직자를 겨냥한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달 우리은행은 여행 플랫폼 업체와 제휴를 맺고 외국인 관광객 특화 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관광객 전용 플랫폼 'WOKA'와 연계해 환율 우대 환전, 원화 출금, 선불카드 충전 등 여행객에게 필요한 금융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우리은행은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취업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올 상반기 중 우리WON글로벌 앱에서 외국인 고객이 자신의 이력과 선호에 맞는 채용 정보를 추천받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외국인 전용 영업점을 잇따라 개설하며 오프라인 채널 경쟁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경남 김해시에 첫 '외국인 중심 영업점'을 열었고, 5월에는 서울 독산동에 추가 개점을 앞두고 있다.​ 계좌개설, 해외송금, 각종 신고 등 대면 상담을 위한 창구와 화상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라운지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발 빠르게 외국인 특화점포를 늘려온 은행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1월에는 경기 평택시에 다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밀집한 지역을 겨냥한 '평택외국인센터점'을 개점했다​. 이 지점에서는 AI 기반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38개 언어 지원)과 외국인 전담 직원을 통해 외국인이 모국어로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외국인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3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국내 외국인 유학생 대상 금융교육 행사를 열었다. 이날 교육에서는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 예방, 온라인 환전 사기 수법 등이 다뤄졌다.

또한 BNK경남은행도 최근 경남대와 울산대 등지에서 외국인 유학생 대상 불법 환전 피해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불법 사설환전 거래에 연루돼 피해를 입는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내국인 못잖은 경제력···외국인 고객 '질적 성장' 주목


국내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 확대에 공을 들이는 배경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와 내수시장 포화가 첫 손에 꼽힌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5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학생과 제조업 공장 노동자 뿐만 아니라 IT·엔지니어 등 고소득 전문직 외국인과 국내에 정착하는 결혼이민자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이주 노동자와 이민자 2세의 지속적인 증가로 2040년 이후 다문화 국가로 변모할 예정이다. 통계청은 2022년 220만명이었던 국내 이주배경인구가 2042년 400만명(5.7%)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배경인구가 총인구의 5%를 초과하는 국가를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한다.

특히 장기체류 외국인의 인구구조는 20~44세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내국인에 비해 매우 생산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외국인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2년 5.8%에서 2042년 12.1%로 확대되지만 내국인보다는 훨씬 젊은 연령층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외국인 중 지난 1년 동안 월 평균 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는 외국인 비중은 2017년 7.8%에서 2023년 24.4%로 급증했다. 2022년 기준 내국인 임금근로자의 월 중위소득은 267만원, 월 평균소득은 353만원으로 내국인에 근접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고객 수 합계는 2021년 714만명에서 2024년 말 813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외국인 고객이 244만여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145만명, 국민은행 124만명, 신한은행 87만명 수준으로 모든 은행에서 외국인 고객이 증가세다.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접점 강화는 은행들의 해외진출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 노하우를 쌓으면 추후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검증된 서비스로 승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요 해외거점 출신 고객들을 국내에서 확보해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게 은행권의 복안이다.

또한 국내에 정착하려는 외국인에게 특화 금융서비스를 지원해 주거래로 인식시키면 해외송금 수수료나 환전 수익 등 비이자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고객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더라도 은행 거래를 이어가도록 유도하려는 포석이다.

신용정보 부족·언어 장벽 여전···"제도 개선 병행돼야"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인프라 개선과 상품 출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주요 시중은행의 외국인 전용 금융서비스는 통역 지원과 송금 서비스 등에 머물러 있고 신용대출 상품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주요 고객인 외국인에 대한 금융접근성 제고부터 신용평가 개선까지 포용적 금융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이 외국인 대출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신용평가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서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들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에 해당해 기존 내국인 기준의 신용평가 모형으로는 리스크 산정이 쉽지 않다.

언어 장벽 해소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주요 은행 앱과 콜센터에서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들이 많다. AI 통번역을 제공하고 다국어 직원을 배치하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불법 환전,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범죄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연구소는 "해외송금 서비스 강화를 위한 송금구조 효율화와 더불어 대출 서비스 확대를 위한 외국인 신용평가모형의 개발 등 개선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정부의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동반돼야 궁극적인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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