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블루보틀 경영철학, 한국서 깨졌다

스타벅스, 매장 내 진동벨 이어 키오스크 도입

'스페셜티 커피' 블루보틀, 배민·쿠팡이츠 입점

저가 커피 중심 사업 재편···수익 개선 생존전략

그래픽=박혜수 기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이 글로벌 경영 철학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서 고객 경험 및 소통을 중시하던 기존 원칙을 깨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저가 커피의 급성장 속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번 주 명동 지역 2개 매장에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를 설치한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스타벅스는 서울과 제주도 등 관광 및 오피스 상권 10개 안팎의 매장에 키오스크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스타벅스가 고객과의 직접 소통 원칙을 깨고 키오스크를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글로벌 스타벅스는 직원과 고객 간의 대면 소통을 중시하는 본사 경영철학에 따라 전 세계 매장에서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서비스)'을 적용해왔다.

스타벅스가 이런 원칙을 깬 건 지난 2023년 하반기 진동벨을 도입하면서부터다. 현재 스타벅스의 진동벨 도입 매장은 전체 2000여개 매장 중 150개로 순차적으로 늘려왔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4월 배달의민족에 입점하면서 배달 서비스도 본격화했다. 스타벅스는 품질 유지를 위해 배달 불가 원칙을 고수했으나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인 지난 2021년 11월 자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도 배달앱에 정식 입점하며 판로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건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다. 프리미엄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블루보틀 커피도 작년 10월 배달의민족에 입점하면서 국내 진출 6년 만에 배달을 시작했다. 지난달 쿠팡이츠 입점을 나서며 판로를 넓히고, 배달 가능 매장도 5개에서 10개로 늘렸다.

블루보틀 역시 품질과 고객 경험 중심의 경영철학을 가진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힌다. 블루보틀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집중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질을 우선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고수했다. 특히 품질 유지를 위해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이 이 같은 글로벌 경영철학을 벗어나기 시작한 배경은 시장의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 커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경기 침체로 저가 커피 중심의 성장세가 가팔라진 반면, 프리미엄 커피업체는 소수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실적이 저조하다.

실제 블루보틀의 수익성은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악화하고 있다. 2021년 2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23억원 ▲2023년 19억원 ▲2024년 2억원으로 급감했다. 직영 운영인 만큼 매장 수가 늘수록 임대료와 인건비 등 부담이 함께 커지는 구조다.

스타벅스의 수익성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4.6%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0%에서 2023년 4.8%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6.2%로 회복했지만, 다시 5%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 전환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어났는데 언어 장벽으로 소통의 어려움이 있어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키오스크로 관광 상권에서 외국인 수요를 잡을 것"이라며 "대면 주문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도 키오스크 사용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