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재추진 물살···합병 과정 더 복잡해질 듯체급 차이 극명한 이노·씨엔지, 합병 시너지는 '의문'"주주 이익 침해 행위 등 이사회 신중한 검토 필요"
상법개정안 '변수'···자회사 합병 불똥 튈까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현재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정제 기술을 가진 이노베이션과 리튬·리사이클링 사업을 영위하는 씨엔지를 묶어 원재료 확보부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내재화를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합병 추진은 지난해 9월 공시를 통해 처음 예고됐고, 올해 1월에는 창업주 이동채 회장이 시무식 자리에서 직접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며 합병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 이후 약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뚜렷한 진척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에코프로 측은 "현재 실무자 선에서 협의가 오가는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이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법개정안 논의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 합병 과정에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면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의무화 등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이 담겨있다. 특히 소액주주가 합병에 반대하거나 합병 비율·공시 절차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구조라 기업 입장에서는 합병 지연 또는 무산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상법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제도 변화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업계에서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장사 입장에서는 합병이나 분할처럼 지배구조가 바뀌는 이슈에 대해 훨씬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합병 논의조차 쉽게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 사업 시너지 효과 '글쎄'
합병 구조도 문제다. 현재로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에코프로씨엔지를 흡수합병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구조를 보면 양사의 체급 차이가 뚜렷하다.
일단 지난해 말 기준 이노베이션의 자본총계는 약 5684억원, 총자산은 64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씨엔지는 각각 935억원, 2128억원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과 자산 모두 5~6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실적 역시 부진하다. 지난해 씨엔지는 약 798억원의 매출과 896억원의 영업손실, 75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반면 이노베이션도 1284억원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1549억원이란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해외법인을 통한 리튬 프로젝트 등 중장기 확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체급 차이가 뚜렷한 두 기업이 합병을 추진하는 데 실질적인 이익이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합병은 사실상 이노베이션이 씨엔지를 떠안는 구조로 해석되는데, 수익성과 규모 면에서 모두 약한 씨엔지를 품는 것이 오히려 이노베이션의 재무적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상법개정안이 본격화되기 전 합병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향후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낼 경우 합병 추진 자체가 훨씬 조심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주 견제 장치가 강화되면 에코프로 입장에서도 시간과 비용 부담은 물론, 법적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반면 에코프로는 이번 합병이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안정성과 원가 절감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공시를 통해 "두 사업의 일원화를 통해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이차전지 산업 내 핵심 원재료의 전체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포괄적 사업을 영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또는 사익 추구 행위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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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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