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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바이오, '지는 게임' 하지 않으려면

오피니언 기자수첩

K-바이오, '지는 게임' 하지 않으려면

등록 2025.06.23 07:33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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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2010년대 초중반 '바이오가 미래 산업'이라는 뉴스가 가득했다.

하지만 바이오가 유망하다는 말과 달리 현실은 차가웠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선 수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했고, 지금의 구조와 규모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 바이오 산업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국산 항암체 최초로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부터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까지.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이전한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등의 사례를 모두 취합해보면, 한국의 바이오가 외곽에서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K-바이오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지원 없는 성장엔 한계가 있는 법. 한국의 경쟁자라고 언급되는 중국을 예시로 들어보고 싶다. 과연 중국은 한국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 불편한 진실이지만 기자는 중국이 이미 훨씬 앞섰다고 확신한다.

중국의 바이오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Pw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만 봐도 올해 상반기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바이오텍에게 지불한 기술이전 선지급금은 30억 달러를 넘겼으며, 라이선싱한 신약 후보 물질 중 3분의 1 이상이 중국산이다. 중국은 더 이상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생산 강국이 아니라 신약 개발의 중심으로 거듭난 것이다.

바이오 벤처 대표는 중국이 빠르게 클 수 있었던 이유로 '국가 지원'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의과대학이 최상위고 자연과학은 그 아래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은 다르다"며 "국가 차원에서 대학과 기업 등에 적극적인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아 오히려 자연과학을 선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기초 연구부터 인재 육성, 인프라 구축, 산업화까지 전주기 체계를 구축한 게 '바이오 강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한국도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걸로 알고 있지만, 금액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연구 또한 대부분 교수 개인이나 실험실 단위에서 머물렀었다. 학교 내 연구소를 설립하고 대학-기업-정부 협력 모델이 활성화된 중국과는 다른 모습인 셈이다. 대학에서부터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이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 생각해봐도 바이오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미비한 건 아쉽다.

학교를 다니며, 그리고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바이오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신약 개발 강국으로 꼽히진 못했던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건 '국가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팬데믹 이후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커져가며 인도, 태국 등의 여러 국가가 바이오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들이 한국을 앞서나가는 것도 시간 문제가 될 확률이 크다.

지난해 CPHI Korea에서 만난 중국의 모 기업 관계자는 기자에게 "한국 기업을 경쟁자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그 기업은 원료의약품 기업이었고, 사업의 특성상 중국이 더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말은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분위기가 중국에서 인도, 태국 등의 다른 나라로 번져가기 전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다행히도 최근 몇몇 대학은 정부기관과 손을 잡으며 인력양성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더 확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역대 정부 모두 바이오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동일했다. 정말 바이오를 키우고 싶다면,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정부 주도 하에 학교와 기업, 병원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기초 연구부터 인재 육성, 인프라 구축에 더해 산업화까지. 각 단계가 단절되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연구하기 위해 자연과학을 선호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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