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기자간담회"대내외적 여건 부정적···통화정책 점검 필요""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 비교, 적절치 않아"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통화정책'을 주제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우리나라 대내외 구조적 여건 변화'와 '잠재성장률·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통화정책 수행여건의 변화' 등에 대해 다뤄졌다.
유 부총재는 잠재성장률은 중·장기적 발전에 중요한 지표지만 현재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구조적 여건은 우호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체적인 인구와 생산 연령 인구가 줄다 보니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 수익 기여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소비의 주체인 일반 인구가 줄면서 소비 여력도 상당히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총 인구 감소로 2023~2024년 중 소비증가율은 평균 0.3%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어 "고령화가 되고 수명이 늘면 기대 수명 연장에 따른 예비적 저축 등으로 전 연령층에서 소비 성향이 줄게 된다"며 "어르신들의 은퇴로 소득이 낮아진 분들의 소비 성향이 더 크게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재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 관세정책, 보호무역주의 장기화 등으로 대외적인 여건도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세계화와 세계 공급망으로 많은 베네핏을 받은 국가"라며 "2010년 이후 세계화가 빠르게 둔화하고 공급망도 자국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변하며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또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출이 전혀 안 될 경우 총 생산의 20%에 대한 수요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부동산 부문에 신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자산에서의 부동산 비중은 64.0%에 달하며 이는 OECD 평균인 52.9%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유 부총재는 "부동산 부문이 부가가치 산출이나 생산성이 높은 업종이 아닌데 부동산업으로 신용이 집중되면서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도 64%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앞서 언급한 인구 구조라든가 다른 부정적인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상호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0%에서 최근 2.0%까지 하락했다. 유 부총재는 "잠재성장률이 어느 정도 하락하는 건 피할 수 없는데 저출산, 고령화 등이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 폭이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중립금리에 대해서 실질금리처럼 하락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한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중립금리 레인지에서 현재 기준금리(2.50%) 수준이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통화 정책 체계 내에 있는 목표, 수단, 전략, 커뮤니케이션 등을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 부총재는 질의응답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스테이블코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혁신 가능성 등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지급 결제의 안정성 위에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게 기본 업무이기에 그간 자본 자율화나 원화 국제화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본 입장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 혼란이나 피해자 발생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며 도입부터 안전하게 준비를 하자는 측면에서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금융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우선 발행을 허용해보고 그 경험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비은행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총재는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며 "달러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이 다른 나라에서 시급하게 발행되고 있느냐는 것은 보면 알겠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빨리 발행해야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용감하게 얘기한다면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금융산업 차지 비율이 높아진 데 대해선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대출에 따른 검사 등을 포함해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해 한국은행이 조금 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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