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 교섭 요구 급증 가능성공사 중단·분양가 상승 등 우려 증폭건설 현장 '실질적 지배력' 해석 관건
지난 2023년 1월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16개 건설협회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임원들이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5일 건설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 근로자의 원청 직접 교섭 허용과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다. 사용자 정의가 형식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지배력'을 따지게 되면서, 수십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협력사(하도급사) 노동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동시에 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 현장에만 공정에 따라 보통 수십 개의 하청사가 들어오는데, 각 노조나 노동자 연대가 요구안을 들고, 교섭 요구와 파업을 일삼으면 정상적인 공사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공사 중단에 따른 공기(工期) 차질과 사업비 급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에서 제시하는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로, 경영계 일각에선 "노조가 정리해고나 사업장 이전 등 경영상 판단 사안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영권 침해 가능성을 경고한다. 실제로 과거 법원이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판례는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한다.
건설업계가 최근 느끼는 위기는 이른바 '정책 삼중고(三重苦)'의 악순환 속에서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으로 수년간 공기 연장과 안전관리 비용 부담이 누적됐고, 여기에 노란봉투법이 더해지면 원청의 책임 범위가 근로시간, 산업안전, 하청 노사분쟁 등 전 분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시공 현장에선 계약, 공정, 노무 관리 등에서 한동안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고, 결국 분양가 상승과 주택공급 감소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주장이 팽배하다.
현장에서는 노동쟁의 범위 확대와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으로 인해 파업 등 단체 행위가 빈번해지고 장기화할 경우, 인건비 상승은 물론 예비 공기 반영 증가 및 지체상금(공사지연 패널티) 부담 확대, 하도급사 선정 기준 보완 등의 추가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사업성을 우려한 민간 발주처의 발주량 감소는 물론, 원청 시공사의 공사 기간 연장 요구 등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고,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3기 신도시 기반 조성 등에도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노사 간 상생과 책임 일치를 위한 '대화 촉진법'으로 강조하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우려에 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총련) 등 업계는 "산업현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 건설업 영위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강력하게 맞서는 것이다. 특히 과거 불거진 노조원 불법 채용 강요나 월례비 요구 등 일부 노조의 도를 넘은 일탈 행위가 재현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건설사들의 우려는 한층 증폭되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원청이 모든 하청 노조와 무조건 교섭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교섭 의무는 원청이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업계와 노동계 간 견해차의 핵심인 '실질적 지배력'에 관한 현실적인 해석과 법원이 원청의 구체적인 개입과 결정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건설업계의 운명은 좌우될 전망이다.
또 업계에선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향후 하도급 계약서에 노사분쟁 책임 전가 조항을 추가하고, 하도급사 선정·계약 기준에 노사 관계 안정성을 명시하는 등 새로운 위험 관리 전략이 나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중소 하도급사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은 건설사의 경영 및 계약 구조, 공사비 및 공기 상승을 비롯해 중장기적인 발주·착공 감소와 법적 분쟁 확산 등 복합적인 부정적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게 건설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진 만큼 각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단위로 향후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라면서도 "정부는 세밀한 현장 적용 가이드라인과 세부적인 내용 보완 등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책의 일관된 집행과 노동자들의 무분별한 단체 행위를 막는 체계를 함께 구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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