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출연·교육세 인상·과징금 리스크 동시 압박규제 누적 효과로 자본적정성 흔들···유동성 위축 우려금융안정과 정책목표 충돌···균형적인 제도보완 요구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 관계자들은 다음달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회장단 및 금융당국과 연쇄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매년 초 정례적 방문과 달리 9월 대규모 방한은 이례적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최근 쏟아지는 정부의 금융정책을 직접 점검하고 리스크를 측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KB금융(77.7%), 하나금융(67.1%), 신한금융(60.0%)의 주가는 한 달 새 10% 가량 빠졌다. 최근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적 압박이 외국인의 투심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배드뱅크 출연, 교육세율 인상, 대규모 과징금,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A) 상향 등 굵직한 이슈들이 은행권을 덮친 상황이다. 개별로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누적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 하락과 대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드뱅크·교육세·과징금 현실화 땐 CET1 최대 0.37%p 하락
은행권의 자본비율을 흔드는 첫 번째 변수는 배드뱅크 출연이다. 금융권이 분담할 출자액은 3500억원 규모로,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세전이익의 0.6%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생금융 성격의 출연이 반복되면 자본여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남는다.
여기에 교육세율 인상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세율이 기존 0.5%에서 1%로 두 배 높아지면서 4대 금융지주의 세금은 4000~5000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순이익 대비 2.53% 수준으로 직접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과세 기준이 수익에 맞춰져 있어 경기 둔화 시에도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크다.
과징금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원회가 조사 중인 은행권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건에 대한 과징금은 최대 2조원 규모로 거론된다. 대규모 과징금이 현실화되면 단순 이익 감소에 그치지 않고 운영리스크에 반영된다. 삼성증권은 과징금 부과시 위험가중자산 급증 영향으로 CET1 비율이 약 25bp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 제재도 마찬가지다. 불완전판매 비율과 제재 강도에 따라 최대 1조9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이 경우 CET1 비율은 12~18bp 낮아진다. 특히 판매 비중이 큰 KB금융의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이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76조원 규모의 주담대에 이를 적용할 경우 RWA가 47조6000억원 늘어나고, CET1 비율은 평균 51b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 구조를 가진 시중은행들은 대출자산을 더 늘리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은 보수적 시나리오(LTV 과징금 2조원, ELS 과징금 50%)에서 4대 금융지주 합산으로 세전이익의 18.3%에 해당하는 4조57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CET1 비율이 약 0.37%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낙관적 시나리오(LTV 1조원, ELS 25% 과징금 가정)에서는 총 2조61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른 이익 감소율은 10.5%, CET1 비율 하락 폭은 0.12%p 수준이다.
규제 강도·속도 조절 필요···자금중개 기능 위축 경계
시장 안팎에선 규제 리스크의 부작용으로 실물경제에 풀리는 자금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은행의 대출 여력의 근간은 자본비율인데, 과도한 부담이 가중될 경우 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신규대출을 줄이거나 일부 대출자산을 정리하는 디레버리징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은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대부분의 은행들은 대출 자산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RWA 관리를 강화했다.
이에 대해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랑비에 옷이 젖을 수 있듯 개별 사안을 모두 더하면 그 영향은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은행 부담이 가중될수록 자본비율을 기반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은행의 특성상 현재 국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유동성 공급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책 목표 달성과 금융안정 간 균형 잡힌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약화와 신용경색으로 이어져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규제의 강도와 속도를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금융회사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대한 비관론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상반기 양호한 실적에 비춰볼 때 은행들의 자본여력은 충분하고, 각사가 약속한 주주환원 강화 정책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어서다. 당국의 규제와 상관없이 은행 고유의 수익 창출력과 주주가치 제고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준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은행 실적 부담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관련 부처들의 결정 또한 절차 등으로 단기간에 결론이 내려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방향성이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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