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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조선 안전사고 '어쩔 수가 없다?'···수 조 원 쏟아 부어도 매일 1명 이상 다쳐

산업 중공업·방산

조선 안전사고 '어쩔 수가 없다?'···수 조 원 쏟아 부어도 매일 1명 이상 다쳐

등록 2025.09.04 13:50

수정 2025.09.04 15:03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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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화오션에서 또다시 사망사고 발생

조선업계 전반에 산업재해 반복

대규모 안전 투자에도 사고 줄지 않아

숫자 읽기

2023년~2024년 3월까지 조선업 산재 1139명

한화오션 사고자 328명, HD현대중공업 308명

한화오션 2022년 1229건→2023년 2499건으로 급증

삼성중공업 2024년 안전보건 투자 4127억원

자세히 읽기

한화오션, 2026년까지 안전문화 구축에 1조9760억원 투자 계획

스마트 안전 시스템, 노후 설비 교체, 안전 아카데미 등 6대 항목 추진

HD현대, 2030년까지 3조5000억원 안전예산 투입

삼성중공업, 통합관제센터와 AI CCTV 등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

맥락 읽기

조선업 특성상 원·하청·외주 노동자 혼재로 안전관리 취약

하청·이주노동자 위험 작업 집중, 의사소통 문제 심화

노동계, 구조적 원인 해결과 실효성 있는 대책 요구

어떤 의미

대규모 투자와 정책에도 실질적 사고 감소 효과 미미

형식적 지침, 보여주기식 투자 한계 지적

산업구조 개선과 현장 중심 안전대책 필요성 부각

한화오션·HD현대, 안전 예산 '2조원 투입'···실효성은 글쎄?전사적인 혁신 예고에도 사고 건수가 지난해 절반 넘어서고질적인 인력난·위험의 외주화···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

조선 현장에선 여전히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조선 현장에선 여전히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노동단체로부터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던 한화오션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여론과 정치권에서 모진 회초리를 맞고 전사적 혁신을 예고했지만, 반복되는 사고에 약속이 무색해졌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4시간 동안 생산을 중단하고 특별안전교육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는 전날(3일) 해당 사업장에서 브라질 선주사 감독관이 선박 하중 점검 중 바다로 추락하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이날 선박의 하중 시험 등 시설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선박 구조물이 휘며 바다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사고 발생 후 관련된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해 사고 원인 조사와 추가 안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기업' 불명예···매일 1명 이상 다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조선 현장에선 여전히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조선업은 고온·고소(2m 이상 높이) 작업이 많고, 쇳물·쇳덩이와 중장비를 다루는 작업이 상당한 데다 같은 작업장에 원청·하청·외주 노동자들이 섞여 일하는 만큼 안전사고 가능성이 큰 산업 중 하나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조선업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고·질병으로 1139명이 산업재해를 입었다. 이 중 사고(총 636명)의 경우 한화오션이 328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HD현대중공업이 308명을 기록했다. 월평균 사고자 수는 각각 21.9명, 20.5명으로, 근무일 기준 거의 매일 1명 이상이 다친 셈이다.

안전사고 예방 사활을 건 한화오션으로서는 반복되는 사고가 뼈아프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로 국정감사에 불려가 집중 질타를 받았다. 잦은 사망사고로 올해 경남 노동계가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오명도 썼다.

불명예를 떠안은 한화오션은 지난해 9월 '안전한 조선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오는 2026년까지 안전문화 구축에 1조976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소 전체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650억원) ▲선제적 노후 설비·장비 교체(7000억원) ▲선진 안전 문화 구축(90억원) ▲체험 교육 중심의 안전 아카데미 설립(500억원) ▲협력사 안전 지원 및 안전요원 확대(150억원)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정기적 안전 평가 및 안전 경영 수준 향상(70억원) 등 6가지 항목이다.

이는 비단 한화오션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업계는 대표적인 산재 다발 업종으로 꼽혀온 만큼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HD현대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주요 조선 사업장을 둘러보며 '안전 최우선' 경영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안전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강조했다.

HD현대는 조선 부문에 2030년까지 5년간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예산은 선진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 시설물과 설비를 정비·확충하는데 사용된다. 임직원 안전 인식 개선, 협력사 안전 지원 활동 등에도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 전사적인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8월 HD현대중공업에 전면 도입한 안전보건 경영체계 '더 세이프 케어(The Safe Care)'를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9가지 '절대불가사고' 관련 안전 수칙을 위반할 경우, 실제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중대재해에 준하는 조치가 즉각 이뤄지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사업장 내 중대재해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삼성중공업도 매년 안전보건 투자 비용을 늘리고 있다. 당초 2023년 327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이보다 2.6% 늘어난 3363억원을 집행했다. 2024년 안전보건 투자 비용은 전년 대비 22.7% 증가한 4127억원이었다.

올해는 지난 5월 거제조선소에 통합관제센터를 열고 분산 운영돼온 안전, 보안 관제 기능을 합쳐 스마트 기술과 접목했다. 이에 따라 관제센터는 야드 내 모든 CCTV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도장공장 등 화재위험 구역에는 발화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CCTV를 도입했으며 해양공사 등 고위험 작업 장소에는 이동형 CCTV도 설치·운용하고 있다.

'통 큰' 안전투자 실효성 '제로'···"핵심 해법은 쏙 빠져"


통 큰 안전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올해 초 조선 3사가 일제히 '중대제해 제로(0)'를 외쳤음에도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는 탓이다

실제로 한화오션의 경우 안전사고 건수는 투자 예산 확대에도 지난 2022년 1229건에서 지난해 2499건으로 급증하더니 올해도 지난 7월까지 1300건에 달했다. 안전한 조선소를 선언한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벌써 사고 건수가 지난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단 한 건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도 올해는 잇단 사고로 곤혹을 치렀다. 지난 5월 노동자 팔 절단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19일 만에 같은 현장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외 올해 1월 HD현대미포 올산조선소에서 20대 잠수부 사망사고, HD현대삼호에서 추락 사망하고 등 연일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복되는 사고에 노동계에서 구조적인 원인 규명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형식적인 안전 지침과 보여주기식 투자로는 잇단 인명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화오션 노동조합은 회사가 약 2조원의 안전 관련 투자 계획을 밝히자 "회사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6가지 사업을 통한 안전한 야드 구축 계획은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을뿐더러, 안전한 일터를 위한 핵심적 해법은 빠져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어 "노동자에게 '모든 사고의 원인이 작업자의 안전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주입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출발에서 착안한 작업자 스스로 지키는 안전 문화 정착이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노조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잇단 삼성중공업 사고에 "사측이 구조적 원인에 대한 해명이나 재발방지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는 산업 구조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선업 종사자들은 고질적인 '원·하청' 문제 해결 없이는 제대로 된 안전 관리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숨진 한화오션 근로자 대부분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정규직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업무를 하고, 안전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기 힘든 하청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는 '위험의 외주화'가 고착화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인력난으로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의사소통 문제와 안전관리 어려움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호황을 맞은 조선업 이면에는 납기 기한에 쫓겨 안전보다는 성과에 치우친 불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하청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본사 차원의 관리뿐 아니라 협력사 안전사고 예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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