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5일 월요일

서울 29℃

인천 29℃

백령 26℃

춘천 29℃

강릉 28℃

청주 28℃

수원 28℃

안동 29℃

울릉도 26℃

독도 26℃

대전 28℃

전주 28℃

광주 28℃

목포 27℃

여수 28℃

대구 28℃

울산 27℃

창원 28℃

부산 27℃

제주 30℃

산업 "반도체 살아나니까 TV가 말썽이네"···삼성, 20년 왕좌 흔들리나

산업 전기·전자

"반도체 살아나니까 TV가 말썽이네"···삼성, 20년 왕좌 흔들리나

등록 2025.09.15 15:27

정단비

  기자

공유

경영진단실, VD사업부 점검 착수파운드리·메모리 등 회복 조짐에도TV 사업 아성 중국에 흔들릴 위기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전자 위기설의 진앙지와도 같았던 반도체 부진이 해소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TV 사업에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중국의 매서운 추격은 이미 예고됐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의 TV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들어갔다.

경영진단실은 작년 말 삼성전자의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된 조직으로, 앞서 올 초에도 반도체 사업 부문에 대해 경영진단을 했던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초격차를 잃었다'고 평가됐다.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이기도 하지만 가장 잘하던 분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자타공인 1등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이는 고스란히 실적으로도 반영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을 포함한 전사 실적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에 15조원 가량 밀렸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점유율도 33년만에 1위 자리를 내어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비메모리 부문도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점점 멀어져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글로벌 1위 업체인 TSMC의 시장점유율은 70.2%였고 삼성전자는 7.3%로 2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 차이는 전분기 59.9%포인트(P)에서 62.9%p까지 벌어졌다.

시스템 LSI 사업부도 고전해왔다. 시스템 LSI 사업부의 주된 사업은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를 생산하는 것인데 수율 등의 문제를 겪었다. 이로 인해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외면을 받은 채 올 초 신제품이었던 갤럭시 S25에 탑재되지 못했다.

한동안 속을 썩이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경쟁력은 차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간 적자를 지속해왔던 파운드리 사업부는 얼마 전 연이어 글로벌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23조원대 규모의 계약을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맺었다. 삼성전자는 또한 미국의 애플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시스템 LSI 사업부도 갤럭시 S25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가 선보인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 Z플립 7에 탑재됐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 엑시노스가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내년 차기작인 갤럭시 S26 탑재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도 경쟁력 회복을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특히 격전지가 될 예정인 HBM4(HBM 6세대)부터는 로직다이를 메모리 기업들이 아닌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만들게 된다. 파운드리 역할이 중요해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까지 보유하고 있어 설계, 제조, 메모리, 패키징까지 '턴키 솔루션'이 강점으로 꼽혀왔던 만큼 역전을 노릴 기회다.

그간 HBM 시장 우위를 점해온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세계 최초로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한 데 이어 개발 완료 및 양산 체제 구축 소식을 가장 발 빠르게 전하며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1세대 앞선 10나노급 6세대(1c나노)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해 역습을 노리고 있다. 만약 수율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다. HBM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공급처가 많아질수록 협상에 유리해진다는 점에서 플레이어가 많아진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TV 사업이다. 국내 가전기업들은 그간 TV 시장을 주름잡아왔다. 삼성전자는 그중에서도 글로벌 TV 시장에서 19년 연속 출하량 기준 1위를 굳건히 지켜오며 왕좌 자리를 수십 년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아성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20년 1위 타이틀조차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경영진단실에서 이번에 VD사업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들의 위협은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이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TV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0%로 1위고 LG전자가 15%로 2위였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도 시장점유율 19.2%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켜냈다.

다만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2020년 21.9%에 달했던 것에 비해 10%p 가까이 낮아졌고 LG전자는 2020년 점유율 11.5%로 2위를 기록했던 것에서 올해 10.7% 점유율로 4위에 주저앉았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가져가며 2, 3위를 차지한 탓이다.

작년 출하량 합산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처음으로 앞지르기도 했다. 작년 출하량 기준 합산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8.4%를 기록한 반면 중국 TV 기업들인 TCL, 하이센스, 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31.3%였다.

중국의 위협은 실적에도 반영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 VD 사업부의 매출액은 7조원으로 전년 대비 7%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은 생활가전(DA) 사업부와 합산액만으로 공개된다. 이에 같은 기간 양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0.3% 줄어든 2000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증권가 추정치를 참고하면 VD사업부와 DA사업부가 각각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이라 관측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추정치가 각각 3000억원, 2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VD사업부의 영업이익 축소 폭이 더욱 크다는 예측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의 TV 출하량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지금까지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어도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지난 5일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를 통해 "TV 출하량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2020년 50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3000만대 중반으로 감소했다"며 "2026년이 되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2028년에는 TCL도 삼성을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