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마그나·MS사업본부 이어 전 조직 대상50세 이상 직원 등 최대 3년치 위로금 제공중국발 경쟁 심화 등 업황 악화 탓으로 풀이
하지만 LG전자는 이런 기업들의 행보와 완전히 배치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재계에서는 LG전자의 이번 결정을 놓고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고육지책'이라는 말부터 정무적 감각을 상실한 이례적인 행보라는 등 여러 이야기가 충돌 중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50세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전 부문에서 실시한다. 이 같은 사항은 전날 조직책임자를 대상으로 안내 됐다.
LG전자는 희망퇴직자에 대해 법정 퇴직금 외에 근속 및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최대 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최대 2년치 자녀 학자금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앞서 지난달 TV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에서 먼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MS사업본부의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오는 19일 퇴사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또한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합작사인 LG마그나에서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MS사업본부 희망퇴직 운영 이후 타 조직에서도 검토했고, 동일한 기회 제공에 대한 일부 구성원 의견이 있어 타 조직 희망자에게도 신청 기회를 안내하는 수준에서 운영하기로 했다"며 "희망퇴직은 만 50세 이상이거나 수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며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희망퇴직은 인력 선순환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조직 내 50세 이상의 구성원 비중이 늘어나면서 몸집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LG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회사 내 국내 정규직 직원 가운데 50세 이상 직원 수는 7025명으로 2년 전인 2022년에 비해 22%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 중 50세 이상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6.8%에서 20.1%로 확대됐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CEO)도 지난 5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행사 당시 기자들과 만나 MS사업본부 희망퇴직과 관련해 "설비투자, R&D 투자와 마찬가지로 인력에 대한 투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훌륭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와 동시에 이달 22일까지 하반기 신입사원 집중 채용에 들어갔다. 주요 분야는 소프트웨어, 로봇, 소재·재료, 통신 등 R&D 분야와 영업·마케팅 등이다.
LG전자가 이번에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택했던 것은 영업 환경 악화 탓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희망퇴직을 먼저 실시했던 MS사업본부나 LG마그나는 아예 적자 상태다.
우선 M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9억원으로 전년대비 크게 쪼그라들었던 것에서 올해 2분기는 아예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TV 제조사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설립 초기부터 몇 년간 적자를 지속하다 잠시 흑자 전환하는 듯했던 LG마그나도 지난해 연간 적자로 다시 돌아선 후 여전히 고전 중이다. 작년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020억원이고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도 109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TV 사업 등이 고전하면서 LG전자의 전체적인 영업이익도 크게 낮아졌다. 특히 LG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394억원으로 전년대비 46.6% 감소해 반토막 났다.
다만 시장에서는 LG전자가 현 시점에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MS사업본부의 적자 전환 등 LG전자를 둘러싼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새정부가 들어선 초기라는 점에서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6월 출범했고 불과 3개월여밖에 흐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정권 초기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이에 기업들도 정부에 발맞춰 신규 채용 등을 늘리고는 한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도 삼성, SK, 한화, 포스코 등 주요 그룹사들은 앞다퉈 대규모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LG그룹도 3년간 1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통령의 청년 고용 주문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우리 기업들이 청년 취업난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데 정부와 함께 힘을 합쳐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한바 있다.
재계에서 LG전자의 이번 결정을 두고 술렁이는 배경이다. 현재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미국발 관세 리스크,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 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다. 다만 저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LG전자의 과감한 실행력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더욱이 현 정부의 기조와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희망퇴직을 단행한다고 해 놀랐다"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생활가전, TV 등에 집중돼 있는 구조로 향후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절박하다 보니 LG전자도 어쩔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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