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서 'K배터리 경쟁력 확보 토론회' 열려 한국판 IRA 개정 "직접 환급되면 기업 현금 확보 기대"
배터리 기업과 업계 관계자가 모두 수긍하는 대목이다. 중국이 규모와 기술을 동시에 키우는 사이, 한국은 고비용·저지원 구조에 갇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판 IRA 도입 필요성이 힘을 얻는 이유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9월 23일 국회의사당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고, 국내 배터리 산업의 위기 원인과 도전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세호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술 리더십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온 국내 배터리 산업이 중국의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경쟁 심화로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2015년 이후 '중국제조 2025', 'NEV 보조금', '산업 제한 및 우대 목록' 등 막대한 정부 지원 아래 성장해왔다. 한국의 수십 배에 달하는 지원 규모 속에서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생산 설비 구축, 저원가 원자재 확보, 기술개발과 글로벌 판로 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결국 중국 업체가 승기를 잡는 결과다. 지난 2011년만 해도 삼성SDI, 파나소닉, LG화학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1~3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중국 CATL과 BYD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선두권을 장악했다.
김세호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이미 규모 면에서 따라갈 수 없다. R&D에서라도 격차를 키워야 하는데 이미 중국 글로벌 특허 점유율은 2010년 2.4%에서 2020년 26.9%로 급하게 성장한 것처럼 중국이 힘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황새라면, 한국은 뱁새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호주전략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전기 배터리 분야 과학 논문에서 중국은 세계 1위, 논문 발표 건수뿐 아니라 고품질 논문 발표에서도 선두인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경쟁국 대비 비싼 전력요금과 자원부족 등으로 기업의 생산환경이 구조적으로 열위에 놓여 있다. 전기차·ESS 등 수요를 견인할 보조금 정책도 부족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세호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전략, 경제환경, 수요 조건, 지원 산업, 생산 요소 등 모든 면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의 안정혜 변호사는 한국은 글로벌 생산기지 입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이를 위해선 '직접환급형 세액공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혜 변호사는 "현재 한국판 IRA라고 일컬어지는 국내 세액공제 제도는 대부분 이월공제 형태로, 손익이 없거나 적자인 기업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 직접 환급 가능성이 거의 없어 투자 회수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해외 경쟁국에 비해 공제율이 낮거나 보조금보다는 대출 지원 중심인 경우가 많다"며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는 기업이 납부해야 할 세액보다 세액공제액이 더 큰 경우, 그 초과분을 정부가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제도다. 투자 계획 수립 시 명확한 ROI 계산을 통해 장기계약에 기반한 투자유치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기획할 수 있어 초기 투자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으므로 단순 보조금보다 효과적이라는 평이다.
이날 배터리 기업들도 현장에 참석해 실제 느끼는 애로사항과 정부지원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현 SK온 팀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국가 간 경쟁으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적자 누적 등으로 인해 세액공제 혜택조차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나 3자 양도, 크레딧(Credit) 활용 등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통해 기업이 국내 재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영 에코프로 실장도 "소재 기업의 경우 비투자된 금액이 많기 때문에 생산 세액공제가 투자 세액공제를 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된다. 북미는 세제 중복 방지를 위해 둘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국내도 기업 자율에 맡겨서 기업이 재정적으로 부담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재정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과 과장은 "가장 큰 과제는 기업들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 경영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정부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내달 중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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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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