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 빛 발한 선제적 투자···마스가 프로젝트 주역으로대규모 유상증자 역풍 속 3세 승계 마무리···본격적인 외연 확장 시동실적이 증명하는 '현지화' 명분···'아픈 손가락' 한화솔루션도 반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방산이 끌고, 조선이 미는 한화그룹의 위상은 오히려 '양 날개'를 단 격이다. '조선·방산·에너지'로 이어지는 핵심 사업 삼각편대는 모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올해 불과 단 9개월 사이 한화그룹 시총은 44조8068억원에서 118조1583억원으로, 163.7% 늘어났다. 30대 그룹 상장사 중에서 단연 증가율 1위다. 그만큼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제적인 투자와 미국발(發) 호재가 맞물린 한화그룹의 성장세는 '김동관 매직'으로 통한다. 태양광부터 방산·조선 등 주요 사업들을 그룹 핵심 사업 반열에 올려놓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트럼프 훈풍을 타고 '한국판 록히드마틴'이라는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설 전망이다.
트럼프 러브콜에 "중추적 역할 하겠다"···눈도장 '쾅'
올해 한화그룹의 성장세는 한화오션으로부터 시작됐다.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한국 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지 2년 만에 핵심 계열사로 성장한 것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주역이다. 그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구체화를 위해 직접 워싱턴까지 날아갈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며 한화그룹의 마스가 프로젝트의 서막을 알렸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 3사 중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앞서 지난해 말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6조9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또 한 번 트럼프에 눈도장을 찍었다. 필리조선소 인수 후 설비투자, 현지 인력 양성, 기술이전 등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연간 건조 능력을 2035년까지 10척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연 확장 시동···하반기 수주전 주목
방산 사업은 한화그룹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방산 호황에 한화오션 편입 효과까지 더해져 탄탄한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상반기 실적만으로 올해 목표치(매출 30조원·영업이익 3조원)의 절반 이상을 채운 상태다. 수주잔고도 100조원을 넘겨 향후 추가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선·방산 쌍끌이 호재를 맞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역대급' 2조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초 3조6000억원 규모로 추진했으나 승계 논란에 휘말리면서 계획보다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한화그룹은 3세 승계를 마무리 짓는 정공법으로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로 유럽 등 주요국이 재무장에 나서는 상황에서 그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한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해외 방산 합작법인(JV) 설립(6000억원) ▲해외 생산능력(CAPA) 구축(1조원) ▲MCS(Modular Charge System) 스마트팩토리 건설(6000억원) ▲설비투자(1000억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실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현지화' 명분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중동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주 확대에 나서 높은 수익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연간 매출 약 7조원, 수주 잔고 70조원 수준에서 추가 확대도 가능하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전무는 "현재 타깃으로 삼고 있는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K9, 천무, 레드백 등 기존 제품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K9은 상반기에 38문이 인도된 만큼 하반기에도 최소 30문 이상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방산 분야에선 한화오션이 '8조원 규모'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섰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과 '원팀'으로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들었다. K-조선 원팀은 독일 기업과 함께 최종 결선에 진출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아픈손가락' 한화솔루션의 반전···'솔라허브' 투자 빛 발할까
한때 한화그룹의 핵심 축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한화솔루션도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한화솔루션은 2023년부터 공급과잉과 마진 약세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0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1조369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1172억원, 영업이익 1021억원을 기록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올해 한화솔루션이 재도약하는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진에도 2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15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한화솔루션이 미국 내 태양광 사업에 주력하는 가운데, 최근 현지에서의 주택용 태양광 사업이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수익성에 한층 탄력이 붙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 프로젝트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023년 일찌감치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태양광 생산기지 구축에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솔라허브가 완공되면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은 8.4GW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공장 전체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미국 내 통합 밸류체인을 갖추게 돼 향후 수익성 확대도 기대된다. 김동관 부회장의 공격적인 투자와 실행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를 통해 북미 태양광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연내 공장이 가동되면 시운전과 양산, 수율 향상 등의 단계를 거쳐 내년부터 이에 대한 실적 반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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