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불구, 보증비용 증가 부담경영평가 2년 연속 낙제···리더 공백경쟁기관 HF와 역할 중복 논란 확산
26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HUG의 무보증사채에 최상위 등급인 'AAA/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둔화가 HUG의 구조적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HUG는 주택 분양·임대·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등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는 기관이다. 2010년대에는 연간 수천억 원대 순이익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와 전셋값 하락, 고금리 영향이 겹치며 2022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됐다.
2023년 HUG는 3조85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2조5198억원의 적자가 이어졌으며 보증 영업비용은 2년 연속 3조원을 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세금 반환 대위변제가 감소하면서 순손실이 93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재무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HUG의 신용등급이 'AAA'로 유지되는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재정 지원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이후 유상증자, 현물 출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수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주식 4조원을 출자했고 올해 7월에도 565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 덕분에 자기자본비율은 2023년 46.1%에서 2024년 76.2%로 회복됐다.
하지만 민간 수익이 아닌 정부 재정에 기반한 회복이라는 점에서 '준시장형 공기업'이라는 정체성은 의문부호를 남긴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정부와의 통합도가 낮아지거나,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등급 하향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HUG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의 기능 중복 문제로 통폐합 이슈에 직면해 있다. HF는 2019년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을 운영하고 있고 이는 HUG의 주력 사업과 맞물린다. 최근 대통령실 주도의 공공기관 통폐합 태스크포스(TF)가 본격 가동되며 양 기관의 조직 개편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HUG는 2023년에 이어 올해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았다. 대규모 당기순손실과 전세보증 대위변제 증가가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유병태 전 사장은 평가 결과에 따른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고 지난 6월 사임했다. 현재는 윤명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결국 HUG는 '정책 목적'과 '수익성 확보'라는 상충하는 두 책무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있다. 주택 보증시장에서는 독점 지위를 누리면서도, 부동산 시장 변동성에 따라 수익성이 급변하고 정부 지원 없이 존속이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원을 지속하고 있지만 그것이 해법일 수는 없다. 정책공기업의 위기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특히 시장과 정책의 경계에 있는 준시장형 공기업이라면, 명확한 역할 정립과 수익-공익 균형 전략이 절실하다.
HUG 관계자는 "주택가격지수, 미분양주택 수 등 주요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 징후가 있을 경우 내부 대응 체계를 조기 가동 중"이라면서도, HF와의 통폐합 검토에 대해서는 "기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HUG는 현재 공기업으로서 '이중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보증시장 독점기관으로서의 책임과 민간 못지않은 수익성을 요구받는 현실 속에서 단순한 구조조정이나 재정 투입 이상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구조적 간극을 메우지 못한다면, HUG는 반복되는 손실 구조와 '낙제점'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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