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임 내림세 가속···HMM 3분기 실적 '경고등'하락률, 9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물동량 감소 영향불황기 버틸 든든한 새주인 맞을까···몸값 정상화 주목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 컨테이너선운임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83.69포인트(p) 떨어진 1114.52로 나타났다. SCFI가 1100대를 기록하는 것은 무려 1년 9개월 만이다.
특히 지난주엔 지난 19일 기준 SCFI가 1198.21로 전주보다 14.3% 하락했다. 이는 2015년 11월 12일(-15.1%) 이후 9년 10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이번 SCFI 급락은 전주에 이어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으로 화물 운송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연휴를 앞두고 선사들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며 운임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이후 해상운임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 본격적인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대란 이후 고공행진하던 해상운임의 거품이 걷히면서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까지 다음 달 중순부터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이어서 글로벌 물동량을 줄이고 운임을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추후 공급 조절이 확대되지 않을 경우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는 과거와 달리 수요 반등이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태풍 등으로 인한 운영 차질로 인한 운임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세계 물동량이 요동치고, 해상운임이 1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사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미 HMM의 실적 하락세는 시작됐다. 올해 2분기 HMM은 매출 2조6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3.8% 줄어든 2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운임 하락이 이어지면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기조가 HMM 민영화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SCFI가 스팟(단기) 운임 변동을 나타내는 만큼, 화주들과 장기계약을 맺는 HMM이 현재 받는 충격은 작을 수 있지만, 운임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HMM 매각설이 재차 불거진 상황에서 불황기를 버틸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몇 년 사이 치솟은 HMM 몸값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인수자를 찾기 더 수월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포스코가 인수 의향을 공식화한 상태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운협회가 공개적으로 반대를 천명했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 매각은 일개 선사의 매각 문제가 아니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영화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몸값 하락과 또 다른 후보군의 등장은 지지부진한 매각 작업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MM이 국적선사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불황 국면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대기업 집단에 HMM이 편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 급락과 수요 위축이란 악재가 겹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HMM의 경영·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영화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거품이 걷힌 현재의 해운업계 상황이 HMM 실적 뿐 아니라 몸값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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