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신호탄···매각 협상 본격화반도체 밸류체인 통합 가능성 부상
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SK실트론 매각을 위해 SK그룹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대상은 SK(주)가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이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29.4%는 제외됐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회사다. 200mm(8인치), 300mm(12인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12인치 웨이퍼 분야에서 글로벌 3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은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SK실트론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매각 시도가 한창이던 지난 4월에도 두산이 SK실트론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바 있지만, 당시 두산은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차례 부인했다.
현재 두산이 SK실트론 인수를 고심하는 이유는 전망 높은 반도체 사업을 더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두산은 지주사 내 전자BG사업부와 두산테스나를 핵심 축으로 반도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두산테스나는 자회사 엔지온을 흡수합병하며 역량을 강화했다.
SK실트론을 인수할 경우 기존 반도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자BG가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두산테스나가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다. 두산이 SK실트론을 품게 되면 전공정(웨이퍼)부터 후공정(테스트)까지 반도체 핵심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춰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실트론의 실적이 안정적인 것도 인수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미국 자회사인 SK실트론 USA의 수익성 악화로 최근 실적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 2분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Si 웨이퍼 실적이 개선됐고 이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SK실트론의 몸값은 약 5조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회사 차입금 3조원을 제외하면 약 1조5000억원 수준에서 거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도 SK실트론 인수를 시도했지만 SK와 금액적 측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 상반기 기준 두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3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배가량 증가했다. 두산의 전자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사업 확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산이 급격한 자산 증가로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지주회사 지위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두산이 지난 3개월간 1조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한 것을 두고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겨냥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만약 이들의 빅딜이 현실화될 경우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yee9611@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