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내수 부진 장기화···은행권 건전성 관리 '비상'4대 은행 부실채권 매각 규모, 전년 대비 약 12% 증가연체율 악화에 은행권 "연말까지 수천억원 추가 매각"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총 2조1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조7968억원) 대비 2186억원(12.17%) 증가한 수치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 5371억원의 NPL을 팔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4% 늘어난 수치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4220억원에서 5080억원으로 20% 넘게 규모를 늘렸다. 하나은행 또한 지난해 상반기 5737억원에서 5917억원으로 증가했다.
보유 자산의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포함하며,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직접 회수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채권추심회사 등 부실채권 취급 기관에 싼값에 정리한다. 이를 통해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덜어내 연체율이나 순이익 등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및 내수 부진 장기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역시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59%로 전년 동기(0.53%)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단기적으로는 낮은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인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1%p 상승한 0.57%로, 2022년 7월(0.22%) 이후 3년간 상승하고 있다.
4대 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NPL 잔액 규모는 4조9018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5.9%(1조8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NPL비율은 올 2분기 기준 평균 0.34%로 지난해 말(0.27%) 대비 0.07%p 늘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은행권 부실채권이 약 9조~10조원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총 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은행권 NPL 매각 물량은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5조6000억원으로 규모를 점차 불려왔다.
4대 시중은행은 올 연말까지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국민은행은 4분기 총 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털어내기 위해 자문용역 업체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부실채권을 매각할 시 국민은행은 올해 최소 83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게 된다.
신한은행도 약 3000억원의 부실채권 매각을 위해 자문용역을 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4분기 중 최소 4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 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이 중 1000억원은 수시 매각 물량이다. 이 경우 연 매각 규모가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역시 연말 부실채권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로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은행들은 건전성 유지를 위해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실 처리하고 상각하는 부실채권도 있어 실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는 더욱 커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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