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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벽배송 막는다고 노동이 건강해지지 않는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새벽배송 막는다고 노동이 건강해지지 않는다

등록 2025.11.06 16:00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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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가 제안한 '새벽 0시~5시 배송 금지' 방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취지는 분명하다. 야간 노동을 줄여 택배기사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제안의 방식과 효과를 두고 현장 기사부터 산업계, 소비자까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은 단호하다. 야간배송을 맡은 기사 상당수는 스스로 이 시간대를 선택했다. 주간보다 교통이 덜 막히고 수입이 높기 때문이다. 쿠팡 위탁기사 연합회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0% 이상이 "새벽배송을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방적인 금지는 그들의 생계 수단을 박탈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산업 전반의 파급도 만만치 않다. 새벽배송은 지난 10여 년간 국내 유통물류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로켓배송, 샛별배송으로 대표되는 서비스는 이커머스 성장의 기폭제이자 국민 2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가 됐다. 이 시장의 규모는 약 15조원에 이른다. 이 체계가 하루아침에 멈추면 물류업체는 물론 생산자, 자영업자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물론 건강권을 보호하자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야간노동을 2급 발암요인으로 분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배송 시간'만 줄인다고 과로와 질병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 과로사 상당수는 배송이 아닌 분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다. 전체 사고의 68%가 물류센터 내 수작업 중에 일어났고 배송 중 사고는 12%다. 노동자의 안전을 진정으로 지키려면 분류 자동화와 적정 인력 배치, 충분한 휴식시간 확보가 먼저다.

정치권도 이 사안을 '노동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규제 경쟁의 장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산업과 노동, 소비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 행정은 정책 신뢰만 떨어뜨린다.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한다고 해서 노동자 건강이 온전히 보장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조건 속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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