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1970년대 광주-마산, 광주-부산, 광주-울산, 광주-창원 구간의 버스가 잘 되었고, 호남 굴지의 대기업인 금호고속이 서울-광주 구간보다 호남과 동남권 산업도시를 연결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설도 있다. 명절에만 내려가고 올라가는 고향보다, 영호남의 주말 귀향 및 통근 행렬이 더 빈도 면에서 유리했다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호남의 이동편 중 버스는 동남권 산업도시 ↔ 여수, 광양, 순천, 광주 정도로 한정하면 2시간 30분 이내로 가까운 편이다. 남해안 고속도로 덕택이다. 교류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경남의 하동과 붙어 있는 전남 광양 사람들은 호남 사람 정체성을 갖고 있고, 하동 사람들은 같은 재첩국을 해먹으면서도 스스로 영남 사람으로 생각한다. 야구팀도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혹은 롯데 자이언츠)로 갈린다. 물론 지역의 경계선이 구축된 지도 수백 년이라 이러한 정체성의 차이는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그게 또 문제는 아니다.
덧붙여 교통망도 동남권과 전남-광주의 연결을 방해하기도 한다. 예컨대 부산-목포의 실제 거리는 330km 내외이나, 현재 부산에서 목포를 가기 위해선 철도거리 540km에 6시간 33분을 가야 한다. 고속철도망이 완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전-마산 구간의 200미터 터널이 붕괴된지 5년이 되었고, 여전히 수습하지 않아 공정률이 97.8%에서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목포를 가는 경우는 여행의 수요 일부를 제외하면 희소하다. 조선업계와 정부부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여러 가지 정책 협의체가 있는데, 이 회의 중에 가장 어려운 회의는 목포-영암에서 만나는 경우다. 울산, 부산, 진해, 거제에서 영암을 가기 위해선 4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물론 영암에서 울산을 가기 위해서도 4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차라리 서울에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업 물류의 흐름은 남해안벨트를 오가는 트럭이 있지만, 사람의 이동은 철저히 제약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한참인 여수는 동남권과의 연결을 모색하기보다는 광주와의 연결만을 모색하기 일쑤다. 광주를 중심으로, 에너지 공대를 중심으로만 지역 산업 전략을 세우려 한다. 수출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양의 범용 에틸렌을 소비하고 활용할 동남권 산업벨트와의 인적 교류는 크지 않다. 공과대학이 RISE를 비롯한 산학연 과제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의 교류에 벽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적 상상력을 확대하는 것은 의외로 타개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공동의 R&D를 개발하여 스페셜티 석화 제품을 만들고, 판로를 동남권 중공업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이공계 학생교류를 통해 더 큰 투자를 받아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 만약 SK최태원 회장의 구상처럼 일본과의 더 큰 경제협력망이 형성된다면 그에 더해 부산-후쿠오카간 연결망을 항로, 수로, 육로(터널)를 통해 구축될 수도 있다. 사실 지역균형발전의 기회구조는 지정학적 전환을 통해 더 쉽게 이뤄진다.
2025년, 더 이상 지역감정이란 단어는 크게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오로지 남은 건 소지역주의뿐이고, 이를 타개하고 국가적 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리학적 상상력 그리고 더 단단한 결속들이 필요할 따름이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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