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3억달러로 철수설 덮겠다는 한국GM

오피니언 기자수첩

3억달러로 철수설 덮겠다는 한국GM

등록 2025.12.16 08:04

황예인

  기자

알맹이 없는 투자, 설득력 제로사실상 수입차 도입, 내수 외면'먹튀' 논란 키우는 자충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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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설'에 휩싸인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이 진화에 나섰다. 불안을 잠재우겠다며 투자 계획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보여주기식 대응과 의미 없는 숫자 나열만 반복될 뿐, 실제 기대를 끌어올릴 만한 설득력은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GM은 우선 노조부터 달랬다.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반발이 커지자 기본급 인상과 함께 2028년 이후 생산계획을 제시하며 급한 불을 끄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대응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를 국내에 출시하고, 수원 신규 전시장 개설에 이어 송파·부산 전시장 추가 개설 계획까지 내놨다.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한 '존재감 과시'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날, 한국GM은 한국 시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생산시설에 3억달러(약 4429억원)를 투자하고 GMC 3개 차종과 뷰익 1개 차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는 내용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알맹이는 없다. 3억달러를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쓰겠다는 설명은 빠져 있다. 생색내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미래를 논하기엔 투자 규모도 턱없이 작다. 신차 배정이나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공장을 굴리기 위한 유지비에 가깝다. 최근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를 위해 1조5000억원 투자를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대비는 더욱 선명해진다.

GMC와 뷰익 브랜드 확대 역시 근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기존 수입 모델을 끌어오는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내수 절벽이 심화되고 노조 불만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실제 한국GM의 내수 점유율은 2018년 12%에서 올해 1.8%까지 추락했다. 연간 판매량도 약 9만대에서 올해 9월 기준 1만1785대로 급감했다.

결국 핵심은 국내 공장이다. 국내 생산 라인에 신차를 배정하지 않는 한 철수설은 잠재워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한국GM이 한국을 중장기 생산 거점으로 유지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 생산 확대 없이 수입 모델만 늘리는 전략은 설득력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이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10년간 한국 내 사업 유지를 조건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신규 투자와 내수 확대를 전제로 한 지원이었다. 그러나 2028년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데도 후속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GM 차종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단 두 개다. 부평·창원 두 공장에서 두 차종만 생산하는 구조다. 군산공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최근에는 직영 정비소까지 정리했다. 수입차 중심 사업 구조로의 전환 의도가 노골적으로 읽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먹튀' 논란은 더 이상 논란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한국GM이 GM 본사의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다.

현재 1만2000명의 임직원을 고용한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사회적 파장은 불 보듯 뻔하다. 그때마다 정부가 다시 지원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더 이상의 조건 없는 지원은 용납될 수 없다.

정부 역시 과거식 보조금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수와 고용을 살릴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GM은 진정으로 철수설을 잠재우고 싶다면, 말이 아니라 국내 공장에 신차를 배정하는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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