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국GM 3억 달러 투자, 이미 집행한 비용 묶어 제시한 것"

산업 자동차 인터뷰

"한국GM 3억 달러 투자, 이미 집행한 비용 묶어 제시한 것"

등록 2025.12.23 14:21

황예인

  기자

한국GM, 미래 청사진 제시···노조 반발 고조화"신차 배정 시기 및 차종 등 구체적 계획 필요"지엠·산은 협약 만료 코앞···"지금부터 대비해야"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이 내수 시장 투자를 위한 핵심 이정표를 내세웠다. 골자는 GMC·뷰익 등 신차 4종 출시와 국내 공장에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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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국GM, 내수 시장 확대 위해 GMC·뷰익 등 신차 4종 출시 발표

국내 공장에 3억달러(약 4400억원) 투자 계획 공개

노조와 시장 일각, 실질적 실행 방안 부족 지적

맥락 읽기

3억달러 투자, 북미 환경 규제 대응 비용 포함된 기존 지출이라는 비판

신차 출시도 기존 사업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시각

노조, 국내 생산 전제 신차 배정 및 구체적 로드맵 요구

숫자 읽기

한국GM 내수 점유율 2018년 12%→2024년 0.8%로 급락

노조 조합원 1만8000명→6000명 이하로 감소

전체 생산량 90% 이상 해외 수출에 집중

현재 상황은

한국GM, 직영 정비서비스센터 9곳 폐쇄 결정

노사 갈등 심화, 서비스망 축소로 소비자 불안 확대

정부 지원 이후 자산 매각,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계획 등 구조조정 지속

향후 전망

2028년 정부 지원 만료 후 추가 지원 요구 가능성 우려

글로벌 GM 철수 사례와 유사한 흐름 반복될 수 있음

정부, 관리·감독 및 자국 산업 보호 대책 필요성 제기

다만 이 같은 전략 발표에도 '철수설' 논란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제시된 내용이 보여주기식 청사진에 그칠 뿐, 국내 생산 계획을 포함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GM '4000억 청사진' 의문···"구체적 로드맵 없다" 지적


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 인터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 인터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지난 18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 천막농성장에서 인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위원장을 만났다.

안규백 위원장은 한국GM의 미래 전략 발표에 대해 "3억달러 투자는 신규 투자라기보다는 북미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이미 집행한 비용을 묶어 제시한 것"이라며 "뷰익과 트렉스 등 차종의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차량 설계·구조를 손보는 과정에서 쓰인 비용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가 새로운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기존 사업 연장선에 불과하다"라며 "GMC 대형 픽업트럭은 이미 한국 시장에서 출시된 모델이고, 뷰익도 부평공장에서 3개 차종을 생산해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 인터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 인터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앞서 지난 15일 한국GM은 내년 한국 시장에 최소 4개 모델의 신차를 출시하고, 제품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하며 국내 생산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은 "지난 20여년간 한국에서 1330만대를 생산하는 등 GM 한국사업장을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시켰다"며 "앞으로도 차량 디자인과 엔지니어링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주기 역량을 한국에서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수입차 판매가 아닌 국내 생산을 전제로 한 신차 배정이다. 당장 신차를 투입하기 어렵더라도 투입 시기와 차종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국GM은 약 90%를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내수 점유율은 2018년 12%에서 지난달 기준 0.8%까지 급락했으며, 판매량도 973대로 1000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력도 감소세다. 노조 조합원 기준으로 군산공장 폐쇄 직전인 2018년 1만8000명 수준이던 조합원 수는 현재 6000명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안 위원장은 "회사가 각종 구조조정을 경영 효율화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와 설명이 정확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영 정비서비스센터 폐쇄···"소비자 안전 문제 직결"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국GM은 지난달 전국 9개 직영 정비서비스센터를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지난 5월 발표한 매각 방침에 따른 조치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기점으로 한국GM과 노사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됐다. 노조는 서비스망이 무너지면 소비자가 떠나고, 내수 시장도 한층 위축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기존 정비 인력은 주 생산라인에 배치하고 사무직 인력은 유사한 직무로 옮겨질 것"이라며 "문제는 생활권이 전혀 다른 원주나 부산 등 지방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 회사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직영 서비스센터 유지 여부는 안전과도 직결된다"며 "가령 차량 제조상 결함으로 리콜이 발생하면 제조사가 직접 책임질 의무가 있는데 이를 외주 협력사에 넘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또, 직영센터와 외주사 간 장비시스템이 동일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애초에 A/S 서비스로 수입을 내겠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기존 직영 서비스센터가 갖춘 장비 수준을 외부 협력사에서 동일하게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투입 8년···한국GM '먹튀' 우려 재점화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를 전후로 경영 위기가 심화되자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은행이 약 7억5000만달러(한화 약 8000억원)를 출자하며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한국GM은 이를 조건으로 2028년까지 사업장 유지와 경영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당시 자금 지원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올바른 판단이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2018년 이후 한국GM은 제주, 창원 물류센터를 비롯해 부동산 등 돈이 될 만한 자산을 잇따라 매각했고, 지난 5월엔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계획까지 발표했다"고 했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 인터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 인터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그는 "2028년 산은과의 협약이 만료되면 회사가 또다시 정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2018년 당시처럼 무조건적인 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엠의 글로벌 시장 철수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엠은 2020년 호주·뉴질랜드에서 판매, 디자인, 엔지니어링 사업을 중단하고 이듬해 홀덴 브랜드를 전면 폐기했다. 해외 시장의 철수 과정이 현재 한국과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안 위원장은 "해외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내수 시장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며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차량을 출시하는 등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 이러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본사에 각종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그에 따른 관리 감독 방안은 없다"며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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