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15년 전 사건과 닮은꼴···웹젠-하운드13 '파국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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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사건과 닮은꼴···웹젠-하운드13 '파국의 전말'

등록 2026.02.20 12:11

임재덕

  기자

하운드13 "MG 60% 미지급"···웹젠 "추가 투자 대안 제시"판권 계약 해지 통보에 웹젠 '드래곤소드 식물화' 초강수과거 레드5스튜디오 사태 땐 소송 전 대화로 합의점 찾아

게임 개발사(하운드13)와 퍼블리셔(웹젠)간 양보없는 분쟁으로 애꿎은 게임 사용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계약금(MG)을 일부 못 받은 개발사는 퍼블리셔를 갈아치우려 했고, 퍼블리셔는 이에 지지 않고 '전액 환불·유료상품 판매 중단' 카드를 꺼내며 사실상 게임의 수명을 끊었다. 이제 막 데뷔 한 달을 앞둔 신작 역할수행게임(RPG) '드래곤소드' 얘기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이 기막힌 사건의 발단은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웹젠은 능력이 입증된 개발사 하운드13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회사 지분 25.64%와 개발 중인 신작 '드래곤소드' 판권을 확보했다. 당초 예정보다 출시 일정은 늦춰지긴 했지만,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서로 도우며 2026년 1월 21일 성공적인 론칭에 이르렀다.

약속된 MG 안 주고, 개발사 헐값에 품으려다 낭패


두 회사의 갈등은 드래곤소드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표출됐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드래곤소드 유저 수(DAU·PC 유저는 제외)는 출시 당일 6만6815명을 기록한 뒤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데뷔 24일째인 2월 13일에는 고객 수가 처음으로 1만명 아래까지 추락했다. 매출도 앱마켓 순위권에서 빠르게 이탈했다.

실패의 화살은 상대방에게 향했다. 동시에 불신이 싹텄다. 하운드13은 큰 돈과 시간을 투자해 잘 만든 게임을 웹젠의 미비한 '홍보·마케팅'이 망쳤다고 봤다. 대형 경쟁작과 동시에 출시되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홍보가 이뤄졌어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해 유저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웹젠이 계약상 정식 서비스 이후 지급이 예정된 MG(Minimum Guarantee·게임 성과와 무관하게 보장된 계약금) 60%를 약속된 날짜까지 주지 않고, 추가 투자를 빌미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해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하운드13 측은 설명했다.

하운드13이 말한 무리한 요구는 신규 투자금으로 웹젠이 과반수 이상 지분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게 골자다. 다만 액면가를 직전 투자가격의 수백분의 일로 낮춰야 하고, 창업자 외 다른 주주들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도 설득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하운드13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웹젠이 드래곤소드 성공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 위반(MG 미지급) 책임을 물어 퍼블리셔 계약을 해지하는 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사진=웹젠 제공사진=웹젠 제공

웹젠은 자금난에 개발사가 존폐 기로에 선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쓸 수만은 없어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초 투자금인 300억원에는 출시 이후 1년간의 개발사 운용 비용까지 포함됐다. 그런데 출시 일정이 10개월이 미뤄지면서, 하운드13은 개발 인력 유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돈줄이 말랐다. 이에 MG(Minimum Guarantee) 일부(40%)를 예외적으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선제 지급했다.

웹젠은 나머지 MG를 지급하더라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 잔금 지급을 미루고 최소 1년간의 운영 자금에 대한 추가 투자를 제안·협의해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하운드13이 논의 도중에 돌연 퍼블리싱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이를 고객에게 알리는 공지를 발표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재까지 발생한 결제 금액 전액을 환불하는 동시에 앞으로 유료 아이템을 모두 제거하고, 게임 서비스도 별도 업데이트 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반격에 나섰다.

환불받은 계정은 사용이 정지돼 사용자 감소가 불가피하고 '무정부' 상태의 게임이 새로운 주인을 찾기까지 수개월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웹젠이 손해를 감수하고 드래곤소드와 하운드13에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운드13 "소송전은 하책"···15년 전엔 대화로 '윈윈'


관건은 앞으로 남은 두 회사간 대화의 흐름이다. 웹젠 입장에선 이번 이슈가 장기화되는 걸 바라지 않을 터다. 하운드13은 계약 위반을 전제로 웹젠과 소송전을 벌이기보다 논의와 협상을 통해 정리하는 것을 바란다.

웹젠은 과거 레드5스튜디오와 유사한 분쟁으로 법정에 갈 위기에 놓였으나, 대화로 잘 풀어간 경험이 있다. 웹젠은 2021년 연말 출시 예정이었던 오픈월드 액션 슈팅 MMORPG 파이어폴의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었다. 그때도 웹젠의 무성의한 홍보·마케팅이 문제됐다. 그해 3월 기준 퍼블리셔가 제작해야 하는 공식 사이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마크 컨 당시 레드5스튜디오 대표는 한국을 찾아 "웹젠의 행보에 적잖이 실망했다"면서 "웹젠이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레드5스튜디오는 같은 해 6월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웹젠의 계약 불이행을 성토하며 중재를 요청했다. 웹젠이 퍼블리싱 계약 이후 파이어폴과 관련된 일체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서에 명시된 마케팅 비용 500만 달러를 보상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15년 전 사건과 닮은꼴···웹젠-하운드13 '파국의 전말' 기사의 사진

양사는 대화를 통해 발생할 수익의 일부를 웹젠에 배분해주되, 판권은 반환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웹젠 입장에서는 파이어폴 개발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손절' 성격의 합의였으나, 국내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낮은 상황임에도 일부 실리를 취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았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지금도 웹젠을 이끄는 리더는 '김병관 창업자(이사회 의장)'다. 정계를 떠나 9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의장의 선택에 드래곤소드 유저와 하운드13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웹젠 관계자는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드래곤소드)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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