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낭 줄기세포·RNA 간섭 등 차세대 임상경쟁 본격화JW중외제약·올릭스, 국내외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탈모 치료제 시장은 현재 남성호르몬 억제나 혈관 확장 중심의 기존 치료에서 벗어나 모낭 줄기세포, 안드로겐 수용체, 미토콘드리아, 세포치료, 역노화 기술 등으로 접근 방식이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임상 단계에 진입한 후보물질이 늘어나는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 확대 논의까지 맞물리며 탈모 치료 시장 전반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가장 앞선 움직임을 보여주는 곳은 JW중외제약이다. 회사는 지난달 31일 서울대병원에서 탈모 신약 후보물질 'JW0061'의 임상 1상 대상자 모집을 시작했다. 2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이번 임상은 한국인과 코카시안 건강한 성인 104명을 대상으로, JW0061을 두피에 직접 바르는 국소 도포 방식으로 투여해 안전성·내약성과 약동학 특성을 평가하는 구조다. 파트1은 한국인 대상 단회·반복 투여로, 파트2는 코카시안 대상 시험으로 진행되며 내년 3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JW0061은 모낭 줄기세포의 GFRA1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모발 성장을 유도하는 계열 내 최초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되고 있다. 회사는 기존 DHT 억제제와 달리 발모 경로를 생리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전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브라질 등에서 물질 특허 등록도 마친 상태다. 최근 JW중외제약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통풍·안질환과 함께 탈모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RNA 간섭(RNAi) 기반 치료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올릭스는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OLX104C'의 호주 1b·2a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으며, 1b상은 올해 완료를 목표로 24명을 대상으로 다중 용량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어지는 2a상에서는 최대 134명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적정 용량을 검토할 예정이다. OLX104C는 안드로겐성 탈모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안드로겐 수용체(AR) 발현을 낮춰 호르몬 반응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회사는 기존 DHT 억제제 대비 성기능 저하나 우울감 같은 부작용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서도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동종 모유두세포 기반 탈모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핵심 배양 기술의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모유두세포 배양 과정에서 특정 화합물을 활용해 면역 반응을 억제, 동종 세포 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는 기술이다. 회사는 이를 적용한 후보물질 'EPI-008'의 비임상 시험을 오는 6월 완료하고, 하반기 IND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프롬바이오도 지방유래 줄기세포(ADSC) 기반 탈모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최근 반복투여 비임상 독성시험을 완료해 핵심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임상시험용 분화세포 제조를 위한 CDMO 계약도 체결했다. 세포은행 구축부터 비임상, 임상시험용 제조 단계까지 개발 로드맵을 이어가며 2027년 1분기 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줄기세포 배양 공정에서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한 무혈청 배지도 자체 개발해 제조 표준화와 비용 절감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신약과 세포치료제 외에 기능성 화장품과 바이오코스메틱 영역에서도 새로운 기전이 부각되고 있다. 이노진은 노화로 기능이 저하된 모낭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활성을 높여 모발 성장 인자 발현을 촉진하는 'Mito-activator complex' 연구 결과를 국제 SCI 학술지에 게재했다. 해당 조성물이 적용된 샴푸·앰플은 식약처 기능성화장품 심사를 통과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도 마쳤다.
로킷헬스케어는 천연물질 기반 '역노화' 접근법을 앞세워 인도에서 약 100명 규모의 인체 적용 시험에 착수한다. 회사는 노화된 모낭 미세환경을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라고 설명하며, 인도와 중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치료 효과와 상용화 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 측면에서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주류인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계열 경구제는 DHT 생성을 억제해 탈모 진행을 늦추지만, 성기능 저하와 우울감 등의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여성 환자에게는 사용 제한이 있어 대체 기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며 외용제, RNA 치료제, 세포치료제, 기능성화장품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흐름이다.
상업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탈모 전문 기업 라온파마는 지난해 연매출 1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 등 기존 치료제 중심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 가운데, 향후 공동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존 치료제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상황에서 차세대 치료제 개발이 더해지며 시장 저변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변화 가능성도 변수다. 정부는 이른바 'M자형 탈모'로 불리는 안드로겐성 탈모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탈모 질환은 원형탈모에 한정돼 있는데, 안드로겐성 탈모까지 급여 범위가 넓어질 경우 시장 접근성과 치료 수요가 모두 커질 수 있다. 다만 본인부담률, 적용 범위, 횟수 제한, 연간 재정 소요 등 세부 제도 설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증 치료 시장은 지난 2019년 88억9480만달러(약 13조1000억원) 규모였고, 2032년까지 161억180만달러(23조8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19년 기준 35.01%의 점유율로 최대 시장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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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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