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과 투자 재편, 실적 희비 갈랐다사업보고서로 본 건기식 시장의 변화외형 성장보다 수익체력, 경쟁력이 관건
국내 주요 제약사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자회사가 지난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부는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회복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적자 전환과 이익 감소가 이어지며 업황 반등보다 기업별 체력이 실적을 가른 양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자회사 실적은 표면적으로는 '반등'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실제로 적자에서 벗어난 곳이 적지 않고, 일부 기업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다만 세부 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흐름을 일괄적인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매출 감소 속 비용 절감으로 흑자를 만든 곳, 사업 재편 효과로 손익을 되돌린 곳,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진 곳, 여전히 적자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다.
종근당·안국·유한, 비용구조 개편으로 손익 회복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축은 비용 구조를 손보며 손익을 되돌린 기업이다.
종근당건강은 지난해 매출이 4728억원으로 전년 4973억원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도 28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중요한 건 반등의 방식이다. 매출총이익은 2737억원에서 2466억원으로 줄었는데,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가 2739억원에서 2093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광고선전비는 986억원에서 746억원으로, 지급수수료는 1145억원에서 805억원으로 줄었다. 재고자산도 643억원에서 469억원으로 줄었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60억원에서 +580억원으로 돌아섰다.
즉 종근당건강의 회복은 '팔아서 번 반등'이라기보다, 광고·유통비를 줄이고 재고를 낮추면서 만들어낸 손익 방어형 반등에 가깝다. 회복은 분명하지만, 그 회복의 질은 외형 성장보다는 효율화에 기댄 성격이 짙다는 의미다.
안국건강은 이 흐름을 더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안국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286억원으로 전년 404억원보다 급감했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1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은 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총이익은 221억원에서 149억원으로 줄었지만, 판관비가 259억원에서 139억원으로 더 크게 감소한 결과다. 세부 항목을 보면 광고선전비가 77억원에서 35억원으로, 판매수수료가 101억원에서 32억원으로 급감했다. 즉 안국건강의 지난해 실적 역시 마케팅과 판촉을 대폭 줄여 적자를 멈춘 사례로 풀이된다. 이는 당장의 손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접점과 판매 채널에서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 가능성을 더 지켜봐야 하는 구조로 진단된다.
유한건강생활 실적도 비슷한 양상이다. 유한건강생활은 지난해 매출이 389억원으로 전년 370억원보다 소폭 늘었고, 영업이익 8억원, 순이익 7억원을 내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한 회복이라기보다 비용과 투자 강도 조정의 결과에 가깝다. 판관비는 154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줄었고, 연구개발비는 31억원에서 11억원으로 큰 폭 감소했다. 재고자산도 110억원에서 84억원으로 줄었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전년 마이너스 42억원에서 플러스 13억원으로 개선됐다. 다만 단기차입금은 3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늘었다.
유한건강생활은 앞선 두 기업과 달리 외형 회복, 비용 절감, 재고 축소, 차입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 전환기 실적으로 읽힌다. 흑자 자체는 의미 있지만, 투자 축소와 차입 증가를 동반했다는 점에서 아직 완전한 정상화로 단정하기는 이른 상태다.
휴온스·일동, 실적 회복
사업 재편을 통해 실적을 되돌린 기업도 있다.
휴온스엔은 지난해 가장 큰 구조 변화가 있었던 사례다. 휴온스는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합병하면서 상호도 휴온스푸디언스에서 휴온스엔으로 바꿨다. 그 결과 매출은 717억원으로 전년 480억원 대비 크게 늘었고,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1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 반등을 순수한 영업 개선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재무구조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자산총계는 366억원에서 635억원으로 급증했고, 자본금과 자본잉여금도 크게 늘었다. 유상증자, 우선주 전환, 차입 확대, 종속기업 투자, 사업결합이 한 해에 집중됐다. 여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오히려 전년 +33억원에서 -16억원으로 돌아섰다. 매출채권, 선급금, 재고 증가 등 운전자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즉 휴온스엔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바탕에는 사업 통합과 자본 재편이라는 비경상적 변화가 함께 깔려 있다. 판을 다시 짠 뒤 나온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올해까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비교적 드물게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함께 나타난 사례다. 지난해 매출은 270억원으로 전년 238억원보다 늘었고, 영업이익은 47억원, 당기순이익은 32억원으로 모두 큰 폭 개선됐다. 매출총이익은 58억원에서 86억원으로 증가했고, 판관비는 37억원에서 39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금융비용도 소폭 줄었다.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재고가 늘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0억원을 유지했다. 이는 비용 절감에만 의존한 흑자 전환과 달리 제품·원가 구조 자체가 좋아지면서 손익 체력이 강화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건기식 자회사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반등에 가까운 사례다.
보령·제일, 부진 심화
부진이 더 짙어진 기업도 나타났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이 751억원으로 전년 784억원보다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억원 흑자에서 10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37억원 흑자에서 6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주목할 대목은 현금흐름과 손익이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6억원에서 +54억원으로 크게 개선됐고, 재고자산도 57억원에서 31억원으로, 매출채권도 77억원에서 48억원으로 줄었다. 즉 회사는 재고와 채권을 줄여 현금은 확보했지만, 본업 수익성 자체는 악화된 셈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구조조정 국면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호로, 운전자본을 줄여 버티는 동안 손익은 오히려 나빠질 위험성도 있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실적 악화의 강도가 더 셌다. 지난해 매출은 604억원으로 전년 632억원보다 줄었는데, 매출원가는 오히려 475억원에서 516억원으로 늘었다. 그 결과 매출총이익은 157억원에서 88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판관비는 184억원에서 170억원으로 줄였지만 매출총이익 감소 폭을 막지 못했고, 영업손실은 27억원에서 82억원으로 커졌다. 그나마 법인세차감전손실이 62억원에서 그친 건 관계기업투자손익 39억원이 버텨줬기 때문이다. 현재 제일헬스사이언스는 본업만 놓고 보면 손익 악화가 훨씬 더 심한 상태다. 핵심 사업의 마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관계기업 이익이 손실을 가려준 구조다. '본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유·녹십자·JW중외, 외형 늘고 수익성 후퇴
외형은 늘었는데 수익성은 후퇴한 기업도 눈에 띄었다.
유유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유유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이 383억원으로 전년 352억원보다 늘었지만, 매출원가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매출총이익이 72억원에서 57억원으로 줄었다. 판관비는 37억원에서 3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영업이익은 35억원에서 21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8억원에서 21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현금흐름은 -50억원으로 전년보다 더 커졌고, 유형자산 취득도 확대됐다. 유유헬스케어는 외형 확대를 시도했지만 원가 부담과 투자부담이 맞물리며 매출 성장이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웰빙에서 분할된 어니스트리도 비슷한 맥락이다. 별도 기준 어니스트리의 2025년 매출은 151억원으로 전년 69억원보다 크게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27억6090만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이어갔다. 연결 기준으로 봐도 녹십자웰빙의 건강기능식품 부문 외부 매출은 304억원으로 전년 254억원보다 늘었지만, 부문 영업손실은 27억원대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분사 이후 매출은 불었어도 수익 구조는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JW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173억원으로 전년 223억원보다 줄었고, 영업이익은 1억원 흑자에서 3억원 영업손실로 다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0억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2025년 JW생활건강은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99억원을 처분했고, 현금흐름표상 배당금 수취 18억원도 발생했다. 금융수익이 19억원으로 늘고 금융비용은 34억원에서 18억원으로 줄어 영업외단 손익이 크게 개선됐다. 즉 순손실 축소는 영업 정상화의 결과라기보다 금융자산 정리와 재무비용 축소에 따른 효과에 가깝다. 자본총계는 여전히 -28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처럼 지난해 건기식 자회사 실적 성격이 나뉘는 차이는 시장의 성격 변화와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처럼 건기식 시장 자체의 성장세에 올라타 외형을 키우던 국면은 지나갔고, 이제는 브랜드 투자·유통비·연구개발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혹은 줄이더라도 브랜드와 채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기식 사업은 더 이상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보조 사업이 아니다"라며 "비용 구조와 채널 전략, 자본 여력, 브랜드 경쟁력까지 함께 요구하는 선별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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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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