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지급수수료 증가→영업익 악화엔데믹 이후 건기식 시장 규모 축소유통 채널 확대·사업 분할 나서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약사 건기식 자회사 10곳 중 6곳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했다. 또 10곳 중 7곳은 순손익이 감소했거나 적자 전환 혹은 적자 상태가 지속됐다.
종근당건강은 지난해 2년 만에 매출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 2023년 흑자 전환 이후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종근당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4973억원으로 2023년 4581억원 대비 8.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0억원 흑자에서 2억20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종근당건강은 2016년 프로바이오틱스 '락토핏' 발매 후 2021년까지 매출이 급성장했다. 2016년 811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6155억원으로 6년 새 7.6배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역성장을 이어가며 매출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16년 26억원에서 2020년 679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2021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2022년 적자로 전환했다. 2023년 판매관리비 지출을 줄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판관비 지출이 소폭 늘며 영업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건기식 기업의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는 주로 홈쇼핑 등 유통채널에 전달된다.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금액이 늘며 자연스레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급부로 영업익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종근당건강의 판관비 지출은 2023년 2523억원에서 지난해 2856억원으로 13.2% 늘었다. 세부 내역 중 광고선전비는 927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7.87%, 지급수수료는 1015억원에서 1191억원으로 17.34% 늘었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와 휴온스푸디언스, 안국건강, 유유헬스케어는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 또는 당기순이익이 줄거나 손실로 전환했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매출액은 지난 2023년 755억원에서 지난해 784억원으로 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억원에서 1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2억원에서 37억원으로 68.2% 늘었다.
당기순이익 증가는 지난해 적자 자회사를 처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지난해 5월 의료기기 자회사 보령에이엔디메디컬 주식 전부 매각을 이사회에서 결의해 총처분 대가 7억5670만원을 전액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수령했다. 2023년 기준 보령에이엔디메디컬의 연 매출액은 26억원, 당기순손익은 1억원에 불과했고,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7억원 매출에 약 5800만원 손실을 내고 있었다.
휴온스푸디언스는 지난해 매출액 480억원으로 전년보다 9.1% 늘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 18억원, 당기순손실 5억원으로 모두 적자 전환했다.
안국건강은 2023년 매출 376억원에서 지난해 404억원으로 7.4% 성장했으나 당기순손실은 17억원에서 3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무제표상 영업손익은 따로 기록되지 않았다. 유유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370억원으로 2023년 302억원 대비 1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2.8%, 당기순이익은 28억원으로 3.4% 소폭 줄었다.
유한양행의 건기식 자회사 유한건강생활과 JW중외그룹의 건기식 사업 담당 기업 JW생활건강은 각각 2년·4년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규모는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유한건강생활은 2022년 518억원이던 매출이 2023년 397억원, 지난해 370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유한건강생활도 2019년 45억원이던 매출 규모가 3년 새 10배 이상 증가하며 급성장했으나, 최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손실은 12억원에서 22억원으로 늘었고, 순손실은 40억원에서 21억원으로 줄었다.
판관비가 소폭 감소했지만, 매출 감소폭이 비용 절감 효과를 초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사용권자산 처분이익 약 18억6000만원 등 자산매각을 통해 영업외수익이 크게 늘고 손상차손이 줄어 당기순손실은 줄었다.
JW생활건강은 2020년 43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3억원으로 4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20억원 손실에서 1억원 이익으로 흑자전환했지만, 당기순손실은 30억원으로 유지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억원 감소했지만, 매출원가를 줄이고 판관비를 20억원 이상 대폭 절감하면서 작게나마 영업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비용(이자비용) 약 34억원이 발생하며 순손실은 유지됐다. 이에 따라 JW생활건강은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녹십자웰빙은 지난해 5월 건기식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어니스트리를 공식 분사했다. 지난해 매출은 69억원으로 기록됐다.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은 따로 파악되지 않는다. 건기식 사업부문 매출은 지난 2023년 24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연결 기업의 수익 원천별로 발생한 매출액 중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액은 지난 2023년 287억원에서 지난해 254억원으로 줄었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매출이 줄며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매출 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고, 영업손실 27억원으로 전년 22억원 대비 적자전환 했다. 당기순이익은 6000만원으로 98.2% 줄며 아슬아슬하게 적자전환을 피했다. 특히 광고선전비가 전년 대비 21억8000만원가량 증가(11억원→32억9000만원)했지만 제품, 상품 모두 매출이 감소했다. 그 외에 퇴직급여, 대손상각비 전환 등 비용 증가가 겹쳤다.
제약사 건기식 자회사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선방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이 179억원에서 238억원으로 33%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2억원과 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건기식 자회사가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은 건기식 시장 규모가 줄며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해 제약사뿐 아니라 식품‧유통기업까지 경쟁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를 6조44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2023년 6조1415억원과 비교해 줄어든 것이다. 엔데믹 전환과 함께 건기식에 대한 관심이 줄며 전체 시장 규모가 역성장 하는 모양새다.
각 회사는 건기식 사업부문 분할과 새로운 판로 개척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휴온스는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건기식 사업 부문을 자회사 휴온스푸디언스에 이전하는 흡수합병 방식 분할합병안을 승인했다. 이번 합병으로 기존에 휴온스와 휴온스푸디언스로 분리됐던 건기식 사업을 휴온스푸디언스로 합쳐 사업구조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한독은 건기식 사업부 물적분할을 통해 다음 달 1일 별도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실적 부진에서 탈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다이소와 편의점, 지마켓 등 새로운 유통 채널에 건기식과 건강식품을 유통시키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다이소는 지난 2월 24일부터 약 200개 다이소 매장에서 3000~5000원 균일가로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대웅제약, 종근당 건강 등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업체 CU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건기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건기식 시장 진출에 앞서 지난달 동아제약 건강식품 '비타그란' 4종과 '아일로 카무트 효소' 1종 판매에 나섰다. GS25는 최근 동화약품과 손잡고 베트남에 편의점과 약국이 합쳐진 숍인숍 매장을 열었다.
이커머스 업체 G마켓도 지난 2월 종근당건강과 업무제휴협약(JBP)을 체결하고 종근당건강의 신제품 판매 활성화에 나섰다. 종근당건강도 G마켓을 주력 판매 채널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를 둘러싼 반발이 일어나며 일양약품이 다이소에서 철수하는 등 변수가 발생했지만, 유통채널 확장 추세는 계속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과는 함량, 용량 등에서 차이가 있다"라면서 "타겟 소비층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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