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자산 149조로 7위→5위방산·조선 '투엔진'으로 성장4위권 경쟁 변수는 납기·원가
재계 순위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요즘 주가 잘 나가던데요?" "이번 분기 실적 터졌던데요?" 같은 질문은 잠깐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매기는 기업집단 순위는 지속된다. 주가도 아니고 단기 실적도 아니라, 한 그룹이 들고 있는 공정자산총액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컨디션 좋은 날'이 아니라 '몸집'으로 줄을 세운다.
올해 그 줄에서 가장 크게 앞으로 치고 나온 곳이 한화그룹이다. 공정위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보면 한화의 공정자산총액은 149조6050억원으로, 전년 약 125조원대에서 1년 만에 약 24조원 불어나면서 순위가 7위에서 5위로 두 계단 뛰었다. 롯데와 포스코가 한 계단씩 밀리면서 '빅5'의 풍경이 삼성·SK·현대차·LG·롯데에서 삼성·SK·현대차·LG·한화로 고정된 것이다.
이쯤 되면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칸으로 간다. "그럼 한화는 4위 LG랑 얼마나 가까워진 거죠?"라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약 37조원 정도의 자산 격차가 거론된다. 단기간에 줄이기엔 쉽지 않은 거리지만, 한화가 최근 몇 년간 보여준 자산 증가 속도와 사업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보면 '4위권 경쟁'이라는 말이 아주 허공으로 들리지만도 않는다.
한화의 순위 상승은 운 좋게 한두 건이 터진 결과라기보다, 방산과 조선이라는 두 엔진이 동시에 돌아가면서 몸집을 실제로 키운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화가 힘을 받은 첫 축은 방산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지역 긴장, 각국 국방비 확대가 겹치면서 글로벌 방산 수요가 계속 커졌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천무 등으로 해외 수주를 늘리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이 레이더·지휘통제·위성통신 같은 전장 네트워크 영역을 맡으면서 '하드웨어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전장을 묶어 파는 회사' 이미지도 덧붙었다.
두 번째 축은 조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재편한 뒤 상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함정 사업을 방산 전략과 연결시키는 그림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해군력 증강 흐름과 미국의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LNG 운반선 같은 고부가 선박 수요가 맞물리면서 조선의 전략적 중요도도 커졌다.
결국 방산이 '전장 수요'로 밀어주고, 조선이 '해양 수요'로 받쳐주면서 한화의 외형이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성장세는 '갑자기 터졌다'라기보다 오래 준비해온 재편의 결과다. 한화는 2015년 삼성 방산 계열사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혔고, 2022년 방산 축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재정렬했으며, 2023년에는 조선·해양 방산까지 손에 쥐면서 사업 지도를 넓혔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화는 2016년 재계 11위에서 10년 만에 5위까지 올라왔고, 자산총액도 약 54조원대에서 149조원대로 불어났다.
다만 순위표에서 올라서는 것과, 그 자산이 실적과 현금흐름으로 단단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방산과 조선은 모두 '대형 수주 산업'이라 계약서는 두껍지만, 매출과 이익으로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변수도 많다. 납기 준수, 품질 관리, 원가 통제, 환율, 원자재 가격, 인력 수급 같은 요소가 실적의 성패를 갈라놓는다.
결국 한화의 다음 과제는 단순 수주가 많은 것이 아닌 수주가 이익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동시에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재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빅5 안착'의 진짜 시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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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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