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집이 안 팔리니 가구도 안 팔린다"···건설 침체에 가구업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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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안 팔리니 가구도 안 팔린다"···건설 침체에 가구업계 직격탄

등록 2026.05.07 16:57

양미정

  기자

한샘·현대리바트 등 실적 감소 지속빌트인 시장 위축·실적 하락세 뚜렷부분 리모델링·프리미엄 전략 시도

실내 인테리어 참고 이미지. 출처=픽사베이실내 인테리어 참고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건설 경기 침체와 주택 거래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가구·인테리어 업계가 깊은 불황에 빠지고 있다. 신규 아파트 분양 지연과 착공 감소로 빌트인·특판 가구 수요가 급감한 데다 이사 수요 감소로 일반 가구 판매까지 둔화되며 B2B와 B2C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업계는 부분 리모델링과 프리미엄 전략, 비주거 프로젝트 확대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건설 경기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상 근본적인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가구업체들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특판(빌트인) 시장은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다.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 지연과 공사 중단, 미분양 증가가 이어지면서 신규 납품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가구 산업은 대표적인 건설 경기 후행 업종으로 꼽힌다. 분양과 착공 감소가 일정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주방가구·붙박이장·수납장 등 빌트인 수요 감소로 직결되는 구조다.

실적에도 충격이 반영됐다. 한샘은 지난해 매출 1조7445억원, 영업이익 18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8.6%, 40.7% 감소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매출 1조5462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으로 각각 17.3%, 34.6% 줄었다. 특히 현대리바트의 빌트인 부문 매출은 3574억원으로 1년 새 29.4% 감소했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 시장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 거래량 감소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침대·소파·식탁 등 교체 수요까지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부자재 가격 부담까지 커지며 수익성 압박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주택 거래와 무관한 '자생적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략이 이른바 '사는 집 공사'다. 새집 입주에 맞춘 전체 인테리어 대신 현재 거주 중인 집의 욕실·주방·수납 등 특정 공간만 부분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수요를 겨냥하는 방식이다.

한샘은 지난 2월 욕실 신제품 '이지바스5'를 출시하며 부분 시공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단기간 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운 결과 지난 4월 관련 매출은 전월 대비 약 3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새집 입주 중심 소비가 줄고 기존 주거 공간을 유지·보수하려는 실용적 소비가 늘고 있는 흐름이 반영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한샘은 프리미엄 주방 브랜드 '키친바흐' 리뉴얼과 '유로'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객단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3월 진행한 '쌤페스타'에서는 부엌·욕실·수납을 묶은 패키지 계약이 늘며 인테리어 공사 계약 객단가가 직전 행사 대비 11% 상승했다. 홈퍼니싱 부문에서는 400만원 이상 고액 계약 건수가 44% 증가했다.

현대리바트는 비주거 중심 B2B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빌트인 중심 사업 구조가 건설 경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자 호텔·리조트·오피스·상업시설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이다.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시공 경험 등을 앞세워 숙박·관광·리테일 공간 중심의 토털 인테리어 사업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오피스 가구 사업 확대도 눈에 띈다. 현대리바트는 대기업 대상 '리바트 오피스'와 중소형 사업장용 '리바트 하움'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맞춤형 공간 컨설팅 서비스 '오피스 테일러'도 강화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 도입 이후 맞춤형 제작 가구 비중은 오피스 가구 매출의 약 60% 수준까지 높아졌다.

다만 비주거 B2B 시장 역시 경쟁이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강자인 퍼시스가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샘까지 사무용 가구 브랜드 '이머전'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주거용 가구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업체들이 동시에 오피스·프로젝트 시장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와 주택 거래 회복 없이는 가구업계 전반의 반등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 산업은 건설 경기보다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 후행하는 특성이 있어 현재의 착공 감소와 인허가 위축이 내년 이후 '입주 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 시공과 오피스 가구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매출 공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결국 실적 격차는 고정비 관리와 프리미엄·비주거 수요를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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