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실증 원전 넘어 상업용 SMR로···HD현대重, 최종 목표는 '원자력 추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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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 원전 넘어 상업용 SMR로···HD현대重, 최종 목표는 '원자력 추진선'

등록 2026.05.24 12:27

이승용

  기자

3000만달러 투자로 시작된 협력, 차세대 무탄소 선박으로 확장정기선-빌 게이츠 SMR 동맹 결실···상업용 공급망으로 협력 확대

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HD현대 제공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HD현대 제공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RES) 핵심 설비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HD현대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략이 실증 단계를 넘어 상업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기자재 공급 계약이 아니라, 조선업 기반의 제조 역량을 차세대 원전 공급망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4일 업계에 띠르면 HD현대는 지난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 한화 약 451억원을 투자하며 SMR 사업에 발을 들였다. 2023년에는 테라파워 등과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를 설립하며 해상 원자력 활용을 위한 표준 논의에도 참여했다. 이어 2024년 12월 테라파워로부터 소듐냉각고속로(SFR)용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당 설비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건설 중인 나트륨 실증 원전에 적용될 예정이다. 당시 수주가 '실증용' 프로젝트였다면 이번 기본 합의는 향후 '상업용' 나트륨 원자로 공급망으로 역할을 넓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4세대 원전이다.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해 높은 냉각 효율과 고온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030년 전후 글로벌 SMR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상업화 초기 공급망에 진입할 경우 원전 기자재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테라파워가 최근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고, HD현대가 추가 투자에 참여한 것도 장기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빌 게이츠와 수차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해온 점도 이번 성과의 배경으로 꼽힌다. 양측은 지난해 3월과 8월,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SMR 공급망 확대와 상업화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약 3년에 걸친 투자와 교류가 실물 사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조선·해양플랜트에서 축적한 대형 구조물 제작, 정밀 용접, 품질 관리 역량도 원전 주기기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HD현대가 테라파워와 협력하는 이유는 단순히 원전 설비를 제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SMR 기술을 선박에 적용해, 원자로가 만든 전기로 움직이는 차세대 무탄소 선박을 개발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암모니아 추진선 이후의 미래 선박으로 원자력 추진선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이미 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했고, 미국 선급협회 ABS와 원자력 연계 전기추진시스템 개념설계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선박은 장거리 운항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형 원자로가 상용화될 경우 기존 친환경 연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력은 HD현대중공업이 실증용 기자재 제작사를 넘어 상업용 SMR 공급망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HD현대가 조선사를 넘어 해양 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원전 규제, 선급 인증, 항만 안전 기준, 경제성 검증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술 경쟁력만큼 국제 규범과 시장 수용성을 확보하는 일이 향후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은 "이번 체결은 테라파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글로벌 SMR 시장 진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공동 연구로 나트륨 원자로 설비를 적시에 공급하고 연속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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