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식약처가 당긴 K-바이오 시계, '240일 혁신'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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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당긴 K-바이오 시계, '240일 혁신'의 조건

등록 2026.05.27 13:43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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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영을 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부분은 단연 '규제'다. 아무리 뛰어난 혁신 신약 물질을 발굴했더라도 규제기관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면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결국엔 기업 존폐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이 입을 모으는 부분은 '시간'이다. 시간이 단축될수록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곧 '생존'인 셈이다. 비용과 연결될 뿐 아니라 신약 출시까지 기간이 단축되면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독점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아쉽게도 그간 국내 기업들에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최소 '420일'은 지나야 했고 규제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또한 적지 않았다. 기술력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규제의 문턱에서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신기술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40일로 대폭 단축하는 고강도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는 6월1일부터 전격 시행되는 혁신방안은 단순히 서류 처리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임상시험 승인 단계부터 최종 품목허가까지 전주기 규제 지원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식약처는 '깜깜이·순차 심사'라는 벽을 허물고 '동시·병렬 심사' 체계 전환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195명에 달하는 심사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심사 항목별로 전담팀을 구성해 동시에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접수 후 25일차부터 분야별 수시 검토 결과를 기업에 송부하는 '수시 검토·보완요청·접수 체계'도 도입한다. 기업 입장에선 과거와 달리 실시간으로 정부의 검토를 받고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또한 임상부터 허가까지의 프로세스도 개선한다. '임상시험계획 사전 상담(Pre-IND)'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잡고 체내 약물 농도 흐름(PK)과 독성 데이터를 검증받는 체계가 공고해진 데 이어, 허가 신청 직전 단계에도 '허가 신청 전 대면회의(Pre-NDA meeting)'가 공식 도입됐다.

특히 허가 전 최소 2회 이상 공식 대면회의를 보장, 이를 통해 기업은 최종승인 거절이나 보완 요구 리스크 등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늘 제약·바이오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 환경이 대폭 달라지면서 관련 업계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 속도만 개선한 것이 아닌 허가·심사 체계의 체질 자체를 바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의 허들을 낮췄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K-바이오의 신약이 쏟아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빛내기 위해선 결국 기업들의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허가·심사 체계가 시장 친화적으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신약의 본질인 데이터의 품질과 임상 설계가 엉성하다면 신약은 탄생할 수 없다.

식약처가 촘촘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완성도 높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의 유연성이 높아진 만큼 기업은 데이터에 책임을 지고 보완의 늪에 빠지지 않을 준비를 해야만 기업의 기술이 '빛'을 볼 수 있다.

식약처의 혁신안이 국내 기업엔 스스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결국 혁신의 마침표는 기업이다. 글로벌 표준을 충족할 수 있는 데이터와 품질관리가 뒷받침될 때 신약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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