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00조 원 손실 위기 넘긴 삼성전자···'노노 갈등' 숙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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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원 손실 위기 넘긴 삼성전자···'노노 갈등' 숙제 남겼다

등록 2026.05.27 18:01

정단비

  기자

조합원 투표 73.7% 찬성···총파업 철회DS 보상안 통과···DX 반발은 여전반도체 공급망 위기 넘긴 삼성 노사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약 10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생산 손실 우려를 낳았던 삼성전자의 사상 초유 총파업 위기가 극적으로 해소됐다. 노사가 막판에 도출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노조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지며 최종 가결시켰다. 최악의 셧다운(가동 중단)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보상 체계를 둘러싼 사업부 간 극명한 온도차는 향후 노노(勞勞)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7일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2일 오후 2시 12분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진행된 이번 투표에는 전체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중 95.5%에 달하는 6만2616명이 대거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개표 결과 찬성 4만6142표(73.7%), 반대 1만6474표(26.3%)로 집계돼 가결 요건인 '조합원 과반 참여 및 참여자 과반 찬성'을 가뿐히 넘겼다.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은 임금협상 조인식에서 "이번 임금협약 타결을 시작으로 노사가 한 마음이 되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해준 노동조합과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이번 임금교섭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노사가 장기간 대화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별로 보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재적 조합원 5만7332명 중 5만5333명이 투표에 참여해 96.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찬성은 4만4606표, 반대는 1만727표로 찬성률은 80.6%였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재적 조합원 8261명 중 7283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89.0%를 기록했다. 찬성은 1536표, 반대는 5747표로 집계돼 찬성률은 21.1%였다.

이같은 결과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부문간 이번 잠정합의안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보상에 무게가 실리자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이끄는 DX직원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DX부문 직원들의 반대표 행사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표결 직전에는 2·3대 노조인 전삼노와 동행노조 가입이 급증하기도 했다.

잠정합의안을 들여다보면 DS(반도체)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과 성과급 지급 한도 폐지 등이 담겼다. 노사 합의에 따라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률 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정했다. 또 공통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하기로 했다.

반면 DX부문과 고객서비스(CSS)사업팀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의 예상 성과급이 단순 계산 기준 약 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DX부문 직원들과의 보상 격차가 최대 100배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DX부문 직원들의 반발이 전삼노의 높은 반대표 비중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DX직원 비중이 높은 편인 동행노조는 노조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던 당시 공동교섭단 참여에서 빠져있었고, 이로 인해 투표권에서 제외됐다. 반면 초기업노조는 3월 말 기준 조합원의 약 80%가 DS부문 소속이다.

사진=강민석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이번 표결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한시간 반 가량 앞두고 극적 타결한 잠정합의안을 두고 진행됐다. 당초 노조에서 예고한 총파업 시점은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였지만 투표 기간 동안에는 총파업이 유보됐다. 즉, 노조 조합원들의 찬반 결과에 따라 총파업이 일시 유보에 그칠지, 완전히 철회될지 결정됐다는 의미다.

투표는 지난 22일 오후 2시 12분부터 시작돼 이날 오전 10시까지 이어졌다. 잠정합의안이 통과되려면 조합원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고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한다. 투표율은 첫날부터 빠르게 올라갔다. 이미 투표 첫날인 22일 시작한지 3시간여만에 초기업 노조 투표율은 57.5%를 기록했다. 투표 종료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오전 투표율은 90%를 넘었다.

이번에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서 삼성전자는 총파업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간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약 100조원 규모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반도체 설비는 전원 차단 후 재가동 과정이 복잡해 총파업 종료시에도 공정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생산 차질은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고객사 이탈 가능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라는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 노사 타협점을 찾기 위해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섰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까지 통과하면서 시장에서는 100조원 규모의 총파업 위기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총파업은 국가 반도체 공급망 차원에서도 부담이 컸던 사안"이라며 "이번 가결로 반도체 업계 전반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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