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바이어 데이터로 무역 전 과정 지원수출기업 해외 진출 비용 절감 효과플랫폼 내 결제·물류 등 부가 서비스 확장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경쟁이 단순 챗봇을 넘어 '기업 운영 대행'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문서 작성과 검색 보조 수준을 넘어 상품 기획과 마케팅, 물류, 거래 관리까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알리바바닷컴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개한 중소기업 대상 AI 비즈니스 에이전트 '아시오 워크(Accio Work)'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단순 질의응답 기능에 머물렀던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시장 조사와 상품 기획, 바이어 발굴, 마케팅 운영 등 실제 무역 실무를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시오 워크는 상품 디자인 방향 제안과 적정 가격 분석, 글로벌 플랫폼 내 상품 등록, 광고 운영 등 전자상거래 전반에 개입한다. 알리바바닷컴 내부 기능뿐 아니라 메일 시스템과 외부 플랫폼을 연결하는 커넥터 기능도 탑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 챗봇이 아니라 사실상 'AI 무역팀'에 가까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가 중소기업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은 배경에는 글로벌 무역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별도의 해외 영업 조직이나 마케팅 인력을 갖추기 어렵다. 시장 조사와 바이어 발굴, 광고 운영, 현지 시장 분석 등 반복적이면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언어 장벽과 현지 시장 정보 부족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표적인 해외 진출 걸림돌로 꼽혀왔다.
알리바바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업 운영 전반을 자사 플랫폼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할수록 상품 기획과 마케팅, 물류, 결제 등 핵심 업무가 플랫폼 내부에서 이뤄지게 되고, 플랫폼 의존도와 락인(Lock-in) 효과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바바가 보유한 방대한 공급망·거래 데이터는 이 같은 전략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중국 제조업 공급망과 글로벌 바이어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기업이 플랫폼 생태계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광고와 물류, 결제, 금융 서비스 등 부가 사업 확장 여지도 커진다.
알리바바가 단순 거래 중개 플랫폼을 넘어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과 물류까지 아우르는 '종합 무역 솔루션 사업자'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알리바바닷컴은 지난해 무역 안전 결제 서비스 '트레이드 어슈어런스(Trade Assurance)'를 도입하며 플랫폼 내 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해왔다. 이 서비스는 해외 거래 과정에서 알리바바가 결제 대금을 일정 기간 보관한 뒤 거래 완료 시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에스크로 기반 시스템이다.
서비스 도입 이후 플랫폼에 신규 입점한 국내 수출기업 수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한국 셀러에 대한 글로벌 바이어 문의 역시 128% 급증했다. 결제 안정성을 기반으로 플랫폼 신뢰도를 높인 데 이어 이번에는 AI 기반 운영 지원까지 확대하며 기업 생태계 장악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해 해외 판로 개척 비용과 인력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향후 수수료 부담이나 데이터 종속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AI 에이전트가 상품 전략과 거래 데이터, 바이어 정보 등 기업 운영 핵심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다루게 되면서 데이터 통제권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AI 에이전트 시장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오픈AI 등이 범용 업무 지원형 AI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가운데 알리바바는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 중심의 B2B 영역에 특화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결국 향후 글로벌 플랫폼 경쟁은 단순 포털이나 운영체제(OS) 점유율 경쟁을 넘어 기업의 생산 인프라와 공급망 데이터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싸움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 경쟁이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데이터와 플랫폼 생태계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선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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