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자가면역 '항체 청소부' 시장 커진다···한올·셀트리온, FcRn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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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 '항체 청소부' 시장 커진다···한올·셀트리온, FcRn 승부수

등록 2026.06.01 07:08

이병현

  기자

한독, 비브가트로 국내 첫 상업화 돌입한올바이오파마, IMVT-1402 임상 성과로 로열티 기대셀트리온, 카이진 기술도입으로 후발 주자 합류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항FcRn(anti-FcRn) 계열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독은 글로벌 선두 제품인 '비브가트'의 국내 상업화를 맡아 시장을 열었고, 한올바이오파마는 자체 발굴한 FcRn 후보물질 'IMVT-1402'의 임상 성과로 글로벌 로열티 기대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셀트리온이 카이진에서 차세대 FcRn 후보물질을 도입하면서, 국내 구도는 '수입 신약 판매'와 '원천기술 수출', '후발 신약 개발'이 동시에 맞물리는 다각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cRn은 체내 면역글로불린G(IgG)가 분해되지 않고 재순환되도록 돕는 수용체다. 이를 억제하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병인성 IgG 자가항체를 낮출 수 있어 중증근무력증(gMG),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CIDP),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관절염 등으로 적응증 확장이 시도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상업성을 확인했다. 아르젠엑스의 비브가트는 2021년 미국에서 첫 FcRn 차단제로 승인됐고, 2025년 기준 제품 순매출만 42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대형 블록버스터(연간 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시장에 진입한 곳은 한독이다. 한독은 지난 2023년 아르젠엑스(argenx)와 비브가트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허가 등록, 급여, 유통을 맡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월 비브가트주를 항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 양성 성인 전신 중증근무력증 치료제로 정식 허가했다. 한독은 직접 개발에 나선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 첫 FcRn 기전 치료제의 실제 처방과 매출, 급여 논의를 먼저 이끄는 상업화 주체로 입지를 굳혔다.

앞으로 한독의 관건은 빠른 급여 적용과 제형 확장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 진입 속도와 조건이 시장 침투율을 좌우한다. 비브가트가 국내에서 얼마나 빠르게 필수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지는 기존 치료제와 사용 순서 및 전문의의 처방 경험에 달려 있다. 미국에서는 비브가트가 피하주사(SC) 및 자가투여가 가능한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으로 투약 편의성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도입 시점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국내 기업 중 FcRn 원천기술 가치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회사다. 한올이 발굴해 2017년 로이반트(Roivant)에 기술수출한 IMVT-1402는 깊은 IgG 감소를 목표로 하면서도 알부민과 콜레스테롤 부작용을 줄인 차세대 물질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 한올의 기업가치를 견인한 계기는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D2T RA) 데이터였다. 로이반트 산하 기업인 파트너사 이뮤노반트(Immunovant)에 따르면, IMVT-1402는 D2T RA 임상 16주 차 구간에서 위약군 대비 우수한 ACR20(72.7%), ACR50(54.5%), ACR70(35.8%) 반응률을 보였다. 특히 기존 치료제인 JAK 억제제와 anti-TNF 치료제에 모두 실패한 환자군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확인하며, FcRn 억제제가 신경근 질환을 넘어 류마티스관절염 영역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물론 한올의 파이프라인 가치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해당 결과는 오픈라벨 구간의 데이터로, 향후 이중눈가림 유지요법 구간과 확증 임상에서도 효과가 지속 반복돼야 한다. 이뮤노반트는 2026년 하반기 D2T RA 추가 임상 결과와 피부홍반루푸스(CLE) 개념증명(PoC) 톱라인 발표를 예고했으며, 그레이브스병과 중증근무력증을 타깃으로 한 후속 임상 역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리스크 해소도 과제다. 이뮤노반트는 2026년 4월, 기존 선행 파이프라인이었던 바토클리맙(batoclimab)의 갑상샘안병증(TED) 3상 두 건이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며 바토클리맙의 모든 개발을 중단했다. 대신 차세대 에셋인 IMVT-1402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올 입장에서는 IMVT-1402가 단일 주력 자산으로 부각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셀트리온은 후발 개발사로 판에 들어왔다. 셀트리온은 2025년 11월 미국 바이오텍 카이진(Kaigene)과 항체 기반 신약 후보물질 'KG006'과 'KG002'에 대한 독점 기술도입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 규모는 선급금을 포함해 최대 1조6200억원에 달하며, 상업화 성공 시 순매출의 5~10%를 로열티로 지급한다.

카이진의 병인성 자가항체 분해 플랫폼(PDEG)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물질은 기존 치료제 대비 지속성 개선과 차별화된 효능을 내세운다. 셀트리온은 올해 '사이언스&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카이진과 협업 중인 프로젝트 'CT-P77'을 전격 소개하며, 피하 자가투여 및 비인간영장류 모델에서 병인성 IgG를 최대 76% 감소시킨 전임상 데이터를 제시했다.

셀트리온의 무기는 연구개발 속도보다 '생산 효율'과 '상업화 유통망'에 있다. 고용량 항체 투여가 필요한 항FcRn 계열 특성상 제조원가 경쟁력, 생산수율, 공급 안정성은 장기적인 핵심 경쟁력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축적된 셀트리온의 원가 절감 능력과 미국 직접 판매망은 향후 시장 경쟁이 심화될 때 약가 인하, 리베이트, 보험 등재 협상력 측면에서 후발주자에게 역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FcRn 억제제 경쟁구도에서 카이진이 맡는 독특한 위치도 이목을 끈다. 카이진은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바토클리맙 개발과 기술수출을 주도했던 신민재 대표가 창업한 바이오텍이다. 창업 과정에서 셀트리온뿐 아니라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 역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한올에서 축적된 초기 FcRn 개발 경험이 카이진을 거쳐 셀트리온의 후발 대형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올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인 대웅제약은 한올과 카이진 양쪽의 지분을 통해 글로벌 FcRn 시장 확대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투자 수익 구조를 완성했다.

한편 글로벌 FcRn 시장 경쟁은 이미 다층화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브가트에 이어 UCB의 '리스티고', 존슨앤드존슨의 '이마비'가 차례로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 축이 바뀌는 추세다. 초기에는 IgG 감소 폭이나 단기 반응률이 주목받았지만, 약물이 늘어날수록 자가투여 여부, 약가 접근성, 사보험 혜택이 성패를 가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대형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xpress Scripts)의 2026년 처방집 제외 목록에 이마비와 리스티고가 기재되는 등 보험사 중심 선호 의약품 선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정 DS증권 연구원은 "항FcRn은 후발주자의 개발 장벽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 진입의 구조적 유인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축적된 개발, 생산, 가격 협상 역량을 바탕으로 이러한 경쟁 구조에 가장 적합한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엄민용 신한증권 연구원은 "(IMVT-1402는)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D2T RA)에서 항FcRn 기전으로 전세계 최초 성공했는데, 비브가트도 유효성 부족으로 시도조차 못한 적응증"이라면서 "후발주자의 더 높은 IgG 감소 달성 및 시장 진입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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