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반복되는 금융기관 '이전 잔혹사'···지선 표심 공약에 숨죽인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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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금융기관 '이전 잔혹사'···지선 표심 공약에 숨죽인 금융권

등록 2026.06.01 15:10

문성주

  기자

산은·기은 넘어 한은·금감원까지···금융권 노조 '표심몰이' 공약 비판행정부 드라이브 속 입법 교착···집적 효과·핵심 인력 이탈 가능성 제기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단 이틀 앞두고 정치권의 표심몰이용 '금융 공공기관 이전' 공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영호남과 중부권을 가릴 것 없이 각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국책은행은 물론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금융권의 컨트롤타워까지 유치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조직의 명운과 국가 금융 지형이 요동칠 수 있는 만큼 금융권은 폭풍전야 속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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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금융 공공기관 이전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 지역 후보들이 국책은행,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금융권 핵심기관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금융권 조직과 국가 금융 지형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별 공약 경쟁

부산에서는 박형준, 전재수 후보가 산업은행 완전 이전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구 시장 후보들은 IBK기업은행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다

전북에서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농협중앙회 등 유치를 통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추진된다

강원특별자치도 주요 후보들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금융기관 유치를 약속하고 있다

법적·실효성 논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본사 이전은 각각 산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업은행 이전의 실효성과 명분 부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중심지 지정은 부산과의 중복 투자 우려가 있다

중앙은행과 감독기구 분산 유치가 금융 행정 효율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경은

정부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의 지방금융 공급확대 목표제가 지자체 후보들의 유치 경쟁에 빌미를 제공했다

핵심 코멘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집적 효과 훼손과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번 공약을 '무책임한 포퓰리즘 이벤트'로 규정했다

기관 강제 이전 시 핵심 인력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곳곳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을 내세운 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경우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가 한국산업은행(KDB)의 전면 이전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양 후보 모두 산업은행 유치를 공언하고 있으나 선거가 임박하면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며 날 선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현행 산업은행법 제4조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법 개정 없이는 완전한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법적 걸림돌이 존재한다.

대구 역시 시장 후보군을 중심으로 IBK기업은행 유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대구·경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기업은행 본사를 유치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이 필수적인 사안이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이 이미 지역 중기 금융 수요를 상당 부분 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본사 이전이 실제 지역 내 중기 금융 공급 확대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전주시장 후보들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축으로 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숙원 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핵심 타깃은 농협중앙회와 주요 자산운용 관련 공공기관들이다. 이들은 농생명 산업과 금융을 결합한 특화 금융도시를 만들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다만 부산 중심의 금융중심지 고도화 전략과 중복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주요 후보들이 원주 등 도내 혁신도시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으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권의 심장부와 규제 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중앙은행과 감독기구를 지역 균형발전의 도구로 삼아 분산 유치하겠다는 주장은 금융 행정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의 유기적 소통을 완전히 단절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결여된 '판 키우기식'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지선 후보들이 금융 공공기관 이전 공약을 내세우는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동남권과 관련해 "세계적 해양 경제권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검토됐던 다른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추가 이전도 신속히 추진해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을 압박하기 위해 도입한 '지방금융 공급확대 목표제(연간 120조 원)'가 맞물리면서 지자체 후보들이 금융기관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금융 산업의 본질인 '집적 효과'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은 정보와 자금, 그리고 전문 인력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를 낼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정치적 논리에 따라 사방으로 파편화할 경우 글로벌 허브 경쟁에서도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번 지선 후보들의 공약을 "표를 얻기 위한 무책임한 포퓰리즘 이벤트"로 규정했다. 실제로 기관의 강제 이전이 가시화될 경우 업계의 핵심 인력들이 대거 이탈해 민간 금융사로 직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표심팔이에 나서는 모양새"라며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국책금융이 망가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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