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그린에 공 떠내려 갈 때까지 진행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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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 공 떠내려 갈 때까지 진행하자고?

등록 2026.06.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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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약하게 비가 내리고 고객님 부킹 시간대 이후에 1㎜ 정도 적게 예보돼 현장에 오셔서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새벽부터 비가 오기에 골프장 프런트에 전화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동반자들과 공유하고 모두 골프장으로 향했다.

1시간 30분을 달려 골프장에 도착해 백도 내리지 않고 프런트에 갔더니 취소 가능하다고 했다. 비 오는 와중에도 주차장은 꽤 북적거렸다.

모두 비를 뚫고 먼 거리를 달려왔을 것이다. 경직된 조치라며 항의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사진=기고자 제공사진=기고자 제공

골프장 측도 명확한 원칙을 세우기 어렵다고 한다. 통상 전화하는 순간 현장에 비가 오지 않으면 일단 골프장에 가는 게 관례이다.

부킹 시간대에 비가 예보돼 있지만 바뀔 수도 있어서다. 문제는 전화 시점에도 비가 내릴 경우이다.

이 때 고객과 골프장이 가장 많이 충돌한다. 골프장들은 비가 내리는 중이라도 가능하면 고객을 골프장으로 유도하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골퍼 입장에선 먼 거리 운전에 따른 유류비와 통행료 부담에다 왕복 2~3시간을 날릴 수도 있다. 비오는 낮 시간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티오프 예정 시간 이후에 지속적으로 비가 예보돼 있으면 전화로 기상 상황을 상세하게 알려준 다음 고객 의사에 맡기고 있습니다.

경기도 여주 소재 골프장 관계자의 말이다. 레이더 구름까지 포함된 기상 예보를 전화로 알려주고 고객 결정을 수용한다.

우중에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철수했거나 18홀을 돌고 나면 골프공 한 박스를 제공해 위로한다. 날씨로 지치거나 상한 마음을 달래준다.

사진=기고자 제공사진=기고자 제공

비가 예보돼 있거나 진행 도중 내리면 동반자 사이 의견 조율도 쉽지 않다. 다양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티오프 시간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를 알려줬는데도 강행해야 하느냐고 아침부터 전화로 다그쳐 정말 난감했어요."

70대 사업가가 속상한 일화를 털어놓았다. 아는 사업인들로 두 팀을 구성해 경기도 포천 골프장에 낮 12시대로 예약했다.

다른 사람을 통해 어렵사리 예약했는데 장마철이라 당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기상예보로는 오후부터 날씨가 맑았다.

그 때 한 동반자가 비가 많이 오는데 괜찮겠느냐고 전화로 물었다. 단정적이지는 않지만 강행하고 싶진 않다는 어투였다.

여기에 또 다른 멤버가 가세했다. 장마 날씨는 예측하지 못한다며 그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다른 멤버들은 카톡으로 눈치만 보더니 결국 소수 강경파에 밀려 골프를 취소했다. 이후 비가 뜸해지면서 12시부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화창한 날씨로 변했다.

"뭔가 다른 일을 하려고 비를 빌미로 내세운 것 같아요. 의도는 숨기고 비를 핑계로 대는 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었죠."

한 명은 그의 회사에 납품까지 하는 터라 무례하다는 생각도 치밀었다.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어 이번 일을 계기로 거래처를 바꿀 마음이라고 했다.

약속을 이중으로 잡아 놓고 기다렸다가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주목했을 수 있다. 옳거니 싶어 빠져나갈 핑계를 찾은 것이다. 골프 매너 때문에 비즈니스까지 망치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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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중 라운드는 모든 골퍼에게 딜레마(Dilemma)이다. 모처럼 라운드가 잡혔는데 전날 밤 비 예보를 접하면 주최자나 총무 머리가 바빠진다.

전날부터 일기예보를 내세워 다음날 당연히 비 오는 걸로 예단하고 가능하면 취소하자는 부류가 꼭 나타난다. 이에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상황을 보고 연락하자는 부류가 맞선다.

다음날에도 의견은 달라진다. 새벽부터 비가 오니 연기하자는 파와, 전화해서 골프장 상황을 알아보고 결정하자는 쪽으로 나뉜다.

끝이 아니다. 당장 비가 내리지만 가는 도중 혹은 식사 후에 그칠 수도 있으니 골프장에 가서 결정하자는 파가 생긴다.

현장주의자이다. 라운드를 돌기 힘들면 모처럼 얼굴도 보고 식사라도 하고 오자는 의견이다. 단체팀이면 더욱 논란이 가열된다.

친구나 부담 없는 사이엔 전화나 카톡으로 진솔하게 의견을 모으면 된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연장자 결정에 따른다.

모처럼 클럽을 든다며 혼자 목소리를 높여 강행하자거나 골프 도중 비 한 방울만 떨어져도 철수하자고 분위기를 몰면 독재나 다름없다.

직장인 라운드에서 첫 홀 출발 직전 그야말로 한두 방울 내렸는데 상사가 바로 스톱하고 집에 가자며 짐을 싸버려 동반자들이 황당했다. 일주일 전부터 매일 연습장에 간 지인에게 상사의 중도포기 선언은 청천벽력이었다.

계급이 낮아 찍소리도 못하고 발을 돌렸다. 골프장을 빠져 나오자 하늘은 맑아지는데 마음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상사의 골프 갑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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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도중 비가 오면 그야말로 고차 방정식이다. 그린이 물에 잠길 때까지 강행하자거나 바로 스톱하고 나가자는 의견으로 나뉜다. 대부분 눈치만 본다.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정중한 톤으로 솔직하게 의견을 피력해 다수결로 정하면 좋다. 물론 소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기로 돈도 잃고 몸 상태는 죽을 맛인데 다수결을 내세워 강행하면 폭력이다. 정작 진행이 힘들면 솔직하게 터놓고 양해를 구해 나머지 동반자들만 진행하도록 한다.

자기가 힘들다고 다른 동반자마저 끌고 나와서도 안 된다. 본인만 빠져나오면 미안해할 일이지 서운하다면 곤란하다.

초청이나 접대 라운드라면 더욱 조심스럽다. 초대받은 사람에게 우선 결정권을 주고 몸이 불편하거나 연장자를 배려한다. 우중 라운드 후엔 감기도 조심스럽다.

너무 강한 본인 의사로 평소 쌓아놓은 점수를 깎아먹을 필요가 없다. 골프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내 성질대로 하는 스포츠가 더더욱 아니다.

정현권 대한변리사회 미디어 전문위원 겸 지식재산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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