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식물성 음료·B2B 거래, 실적 좌우남양유업, 단백질·디저트·해외사업 집중서울우유, 프리미엄 원유 제품라인 강화
국내 '유업계 3강'으로 꼽히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서울우유가 '우유 회사'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흰우유 소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미국·유럽산 멸균우유가 무관세로 국내 시장을 파고들면서 경쟁 무대가 단백질 음료와 기능성 식품, 외식, 기업 간 거래(B2B) 등 고부가 사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내달 발표될 상반기 실적에서도 우유를 얼마나 팔았느냐보다 누가 '탈(脫) 흰우유'에 안착했느냐가 성적표를 가를 전망이다.
28일 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멸균우유 수입량은 5만740톤(t)으로 2016년보다 42배 늘었다. 올해는 미국산에 이어 유럽연합(EU)산 우유에도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흰우유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소비는 줄고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유업계는 더 이상 시유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게 체질 개선 효과를 내고 있는 곳은 매일유업이다. 지난해 유가공 외 사업 매출은 745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0.4%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셀렉스를 앞세운 성인영양식과 식물성 음료, 곡물음료 등 고수익 제품 비중을 꾸준히 늘린 결과다.
성과는 숫자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7% 감소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6%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2.8%에서 4.0%로 높아졌다. 업계에선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와 메리츠증권 추정치를 종합하면 매일유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약 3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연간 영업이익도 744억원으로 예상돼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실적 회복의 배경에는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다. 백색우유 판매 부진에도 발효유와 셀렉스, 식물성 제품, 조제분유 등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 바셋과 더 키친 일 뽀르노, 크리스탈 제이드 등 외식 브랜드도 모기업의 우유와 치즈, 생크림 소비를 늘리는 안정적인 B2B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엠즈씨드 외식사업 매출은 2135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고 올해도 폴 바셋과 밀도 복합매장 확대 등을 통해 외식 사업을 키우고 있다.
남양유업은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앤컴퍼니 체제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도 저수익 사업을 줄이고 핵심 브랜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 기준 우유류 매출 비중이 50.4%로 여전히 절반을 넘는 만큼 시유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단백질 음료와 디저트, 해외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대표 제품인 '테이크핏'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2% 증가했고 수출은 81% 늘었다. 지난 5월에는 베트남 푸타이홀딩스와 70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도 베이커리와 브런치 메뉴를 강화한 결과,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44%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흰우유 비중을 줄이기보다 원유의 가치를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A2 우유를 활용한 '하루한끼' 등 완전균형 영양식과 케어푸드, 저지우유 기반 디저트 원료를 확대하는 한편 카페와 베이커리 대상 B2B 공급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저지밀크 소프트믹스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프리미엄 원유 제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상반기 실적이 유업계 신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판매 감소는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인 만큼, 단백질 음료와 기능성 식품, 외식, 디저트, B2B 등 고부가 사업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매출과 수익 비중을 옮기는지가 실적과 기업 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회사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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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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