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동화 홍수에서 살아남은 V8, 포르쉐 파나메라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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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홍수에서 살아남은 V8, 포르쉐 파나메라 GTS

등록 2026.06.07 12:17

권지용

  기자

전동화 흐름 속 순수 내연기관의 아날로그 감성퍼포먼스와 실용성 모두 갖춘 4도어 스포츠카럭셔리와 강력함의 조화,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

최근 고성능 자동차 시장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고성능 영역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 상당수가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추세입니다. 숫자는 눈에 띄게 강력해졌지만, 반대로 내연기관 특유의 '날것' 감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포르쉐 파나메라 GTS. 사진=권지용 기자포르쉐 파나메라 GTS. 사진=권지용 기자

상황이 상황인 만큼, 오늘 만나볼 포르쉐 파나메라 GTS의 존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최신 플래그십 세단이면서도 여전히 순수 V8 가솔린 엔진을 고집하는 덕분이죠. 전기모터 도움 없이 거대한 크기의 엔진 하나로 모든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파나메라 GTS는 단순한 대형 세단이 아니라, "4도어 스포츠카"라는 표현이 전적으로 어울리는 차였습니다.

3세대 파나메라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날렵한 모습입니다. 과거 1세대 모델이 "911을 억지로 늘려놓은 듯하다"는 디자인적 평가를 받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완전히 무르익은 하나의 독창적인 포르쉐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측면 실루엣이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낮게 깔린 차체와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은 브랜드의 아이콘인 911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후면부의 일자형 테일 램프와 어둡게 칠한 네 발짜리 배기구가 차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줍니다

차체 크기는 상당한 위압감을 줍니다. 길이 5052mm, 너비 1937mm, 휠베이스는 2950mm에 달합니다. 실제로 마주하면 플래그십 대형 세단 수준의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지만, 비율 자체가 워낙 낮고 넓어 일반적인 고급 세단과는 결이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뒷좌석 VIP만을 위한 얌전한 쇼퍼드리븐 세단보다는 대륙을 맹렬히 횡단하는 고성능 그랜드 투어러(GT)에 훨씬 가까운 인상이죠.

포르쉐 파나메라 GTS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포르쉐 파나메라 GTS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실내는 최신 포르쉐 테크놀로지 흐름에 맞춰 디지털화가 과감하게 진행됐습니다. 기존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빼곡한 물리 버튼 대부분이 사라졌고, 센터콘솔은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 중심으로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정리됐습니다. 계기판 역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완전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스티어링 휠 중앙 너머 가운데 자리한 엔진 회전계만큼은 여전히 포르쉐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냅니다.

내부 구성은 호화로움 그 자체입니다.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 컬러 클럽 가죽 인테리어(310만원)가 실내 전체를 고급스럽게 감쌌고, 조수석 디스플레이(230만원, 솔직히 잘 볼지는 모르겠습니다)와 매트 카본 인테리어 패키지(120만원)가 곁들여져 플래그십 모델다운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뒷좌석입니다. 가운데 좌석을 없앤 4인 독립 시트 구조를 채택한 덕분에 럭셔리 세단의 느낌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앞좌석 마사지와 전 좌석 통풍 기능까지 더해져 스포츠카 브랜드의 세단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합니다. 여기에 해치백 형태로 설계된 적재공간은 기본 478L에서 2열을 접으면 최대 1312L까지 늘어납니다. 고성능 세단이지만 실용성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포르쉐 파나메라 GTS 2열. 사진=권지용 기자포르쉐 파나메라 GTS 2열. 사진=권지용 기자

하지만 결국 GTS의 본질이자 핵심은 보닛 아래 숨겨진 엔진입니다. 스티어링 휠 왼편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들려오는 V8 사운드는 최근 전동화 모델에서는 결코 느끼기 어려운 짜릿한 감각입니다. 저회전 영역에서는 바리톤의 묵직한 중저음이 낮게 깔리고,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점점 더 두터운 배기음이 실내외를 가득 채웁니다. 인위적인 전자음이 아니라 "거대한 기계 장치가 살아 움직인다"는 날것 그대로의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4.0L V8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포르쉐의 전매특허 8단 PDK 변속기 조합입니다. 최고출력은 510마력, 최대토크는 67.3kg·m입니다. 요즘처럼 파워 인플레이션 시대에 자극적인 숫자로 보이진 않지만, 이전 2세대 모델(460마력)과 비교해 50마력을 끌어올린 수치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8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속도는 302km/h에 달합니다. 충분히 빠르고 강력하죠.

특히 하이브리드 모터 없이 온전히 성능을 개선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최근 경쟁 브랜드 상당수가 숫자를 높이기 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주관 있는 방향성입니다. 단순히 수치적인 출력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순수 내연기관이 줄 수 있는 감성적 만족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 포르쉐의 고집이 돋보입니다.

실제 주행 감각도 기대 이상으로 놀라웠습니다. 드라이브 모드를 기본으로 두고 달릴 때는 상당히 차분하고 상냥합니다. 변속기는 엔진 회전수를 영리하게 낮게 유지하며 배기음 또한 부드럽게 절제하죠. 기본 적용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단열/차음 유리 옵션(210만원) 덕분에 고속도로 위에서는 영락없는 고급 쇼퍼드리븐 세단처럼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차에 큰 관심이 없는 동승자라면 500마력이 넘는 스포츠 세단에 올라타 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입니다.

포르쉐 파나메라 GTS 리어 스포일러. 사진=권지용 기자포르쉐 파나메라 GTS 리어 스포일러. 사진=권지용 기자

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는 순간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됩니다. 변속기는 지체 없이 저단으로 내려가고, 가변 배기 플랩이 열리며 8기통의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가속 페달 반응 역시 신경질적일 만큼 예민해집니다.

특히 중고속 영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속감은 대단히 강렬합니다. 공차중량이 2톤이 넘는 대형 세단이라는 물리적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체를 무섭게 밀어 올립니다. 정교한 서스펜션 조율 덕분에 속도가 높아질수록 노면에 차분히 밀착하는 감각도 인상적입니다. 최근에는 700마력, 800마력, 심지어 1000마력을 넘나드는 고성능 모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나메라 GTS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순간만큼은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숫자보다는 엔진의 질감과 사운드, 그리고 운전자가 느끼는 교감이 더 중요한 순간이죠.

코너링 성능 역시 포르쉐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냅니다. 거구의 대형 세단임에도 리어 액슬 스티어링(후륜 조향, 270만원) 시스템 덕분에 구불구불한 산길에서도 긴 차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민첩하고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스티어링 조향에 맞춰 컴팩트하게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왜 이 차의 이름 뒤에 'GTS'가 붙었는지 증명합니다. '세단의 탈을 쓴 스포츠카'라는 흔한 수식어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온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달리는 능력만큼 서는 능력도 압도적입니다. 시승차에는 최상위 제동 옵션인 PCCB(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 1480만원)가 적용됐습니다. 포르쉐에는 보통 거대한 노란색 바나나(브레이크 캘리퍼)가 붙어 있는데, 검은색으로 칠한 캘리퍼도 차분한 어벤추린 그린 메탈릭 외관 컬러(580만원)와 잘 어울리더군요. 커다란 캘리퍼가 세라믹 디스크를 움켜쥐는 순간, 초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어떠한 밀림이나 지침 없이 차체를 아주 안전하고 강인하게 멈춰 세워줍니다. PCCB는 믿음의 상징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포르쉐 파나메라 GTS 센터락 휠. 사진=권지용 기자포르쉐 파나메라 GTS 센터락 휠. 사진=권지용 기자

순수하고 강력한 감성을 온전히 소유하는 대가는 만만치 않습니다. 3세대 파나메라 GTS의 시작 가격은 2억5280만원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포르쉐는 선택하는 옵션에 따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차가 되는 동시에 가격표가 마법처럼 바뀝니다.

이번 시승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 옵션 가격 외에도 귀를 풍요롭게 채워주는 버메스터 3D 하이엔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810만원), 헤드업 디스플레이(200만원), 리모트 파크 어시스트(70만원), 나이트 그린 컬러가 들어간 스포츠 크로노 스톱워치(80만원), 카본 도어 실 가드(170만원) 등을 모두 더한 시승차의 최종 가격은 무려 3억490만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옵션 가격으로만 국산 고급 대형 세단 한 대 값이 가볍게 추가된 셈입니다. 하지만 놀랍진 않습니다. 포르쉐는 원래 이렇게 타는 차니까요.

포르쉐 파나메라 GTS. 사진=권지용 기자포르쉐 파나메라 GTS. 사진=권지용 기자

파나메라 GTS는 지금 시대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전동화가 자동차 산업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지금, 순수 V8 대배기량 엔진을 고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분명합니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자동차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시동을 걸었을 때 전해지는 묵직한 진동,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실내를 채우는 웅장한 배기음, 그리고 기계 장치가 직접 움직이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은 여전히 내연기관만이 줄 수 있는 영역입니다. 파나메라 GTS는 그런 감각을 현대적인 기술 위에 고스란히 남겨둔 몇 안 되는 자동차입니다.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앞으로 순수 V8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세단을 만날 기회는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나메라 GTS는 현재 판매 중인 고성능 세단인 동시에, 내연기관 시대를 대표하는 마지막 세대의 자동차일지도 모릅니다. 빠른 차를 넘어 운전하는 즐거움과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파나메라 GTS는 여전히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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