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태국 등 생산체계 급속 확대현지업체 인수·합작사 투자 급증관세·물류비 낮춰 가격 경쟁력 강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각국의 관세 장벽을 '현지 생산'으로 뚫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에 주요국이 관세를 높이자 수출 대신 판매 지역 안에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관세 부담을 낮춘 중국 업체들이 다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함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내수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2021년을 전후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20년 60만대에 불과했던 중국 승용차 수출량은 지난해 574만대로 5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 증가세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1~5월 337만대를 해외에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66.8% 증가한 규모다. 브라질과 러시아를 비롯해 영국, 호주, 멕시코 등이 중국 자동차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산 자동차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자 각국도 방어막을 높였다. EU를 비롯해 브라질·멕시코·태국 등은 2023년 이후 중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현지 생산 요건을 강화하고 보조금 제도를 손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자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상 장벽이 높아지자 중국 업체들은 수출 대신 현지 생산 카드를 꺼냈다. 완성차를 중국에서 만들어 수출할 때 발생하는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강화되는 원산지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해외 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한 중국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만 15곳이 넘는다. 이들이 발표한 투자 계획을 합하면 700억위안(약 15조3000억원)에 달한다.
BYD와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샤오펑 등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선봉에 섰다. 생산 거점도 유럽 헝가리·스페인부터 브라질과 태국·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 등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를 비롯한 중국 부품업체들도 모로코 등지에 공장을 구축하며 중국 자동차 공급망 자체가 해외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현지 생산 효과는 판매 가격에서 드러나고 있다. 관세와 물류비 등 부담이 줄면서 중국 업체들이 확보한 비용 여력을 가격 인하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BYD 전기 SUV '아토3' 판매가격이 현지 생산 이후 약 40% 낮아졌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생산에 들어간 중국 전기차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중국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매겨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려던 주요국의 전략을 중국 업체들이 현지 생산으로 돌파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현지 부품 조달과 물류 효율화까지 가능해져 중국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완성차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생산기지를 따라 배터리와 전장부품 업체까지 동반 진출할 경우 중국 중심 자동차 공급망이 해외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미래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 해외 생산 확대가 장기적으로 자동차를 넘어 미래 산업의 생산 기반과 공급망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부품으로는 모터와 인버터 등 전기구동 시스템, 카메라·라이다 등 인지센서, 제어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배터리·열관리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해외 생산 확대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어질지는 각국의 투자 규제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산 완성차에 대한 관세만으로 자국 산업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국가들이 중국 기업의 직접투자나 중국산 부품 사용 등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해외 생산거점 확대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뿐 아니라 미래산업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국내 기업의 해외 경쟁·협력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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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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